▲ 김재천 한국은행 부총재보좌관 ⓒ천지일보(뉴스천지)

“정부주도형 경제개발… 중앙은행 역할 제대로 못해”
경제주체로서 투자·소비 결정하는 ‘주인정신’ 필요

[천지일보=김두나 기자, 이승연 수습기자] 1950년 6월 25일 새벽. 민족상잔(民族相殘)의 비극인 한국전쟁이 일어났다. 한국은행이 설립된 지 2주 만이다. 우연의 일치로 한국은행과 6.25가 같은 해에 태어난 것.

그리고 한국은행의 반평생을 같이 지낸 이가 있으니 바로 김재천 부총재보좌관이다. 한국의 중앙은행 임원으로서 바라 본 지난 60년간의 한국 경제는 어떤 모습일까. 2010 남아공월드컵 한국-아르헨티나전이 있었던 날. 한국은행 본관 집무실에서 그를 만나봤다.

Q. 한국 중앙은행의 임원으로서 6.25 60주년을 맞는 감회는

6.25전쟁 발발 2주 전에 한국은행이 설립됐다.(6월 11일은 한국은행 창립 60주년이었다) 이전에도 생산시설 등이 구축된 건 아니지만 그나마 남아있던 시설들도 전쟁으로 다 파괴되고 잿더미만 남았다.

당시 한국은행은 중앙은행으로서 나라 경제를 어떻게 살릴지가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 하지만 6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선진국 대열에 들어갈 만큼 발전했다. 여러 분야에서 노력한 결과다.

Q. 경제성장에서 금융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금융을 비유할 때 우리 몸의 혈액이라고 한다. 혈액이 잘 돌아야 곳곳에 산소가 공급돼 몸이 건강해진다. 바로 이 혈액을 몸 구석구석까지 공급해주는 심장의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중앙은행이다.

특히 금융은 한정된 자원을 생산적인 요소에 잘 배분해 경제효율성을 끌어올려야 한다.

Q. 한국은행에서 30년 동안 근무하면서 경험한 한국은행의 역사를 말한다면

우리 경제성장에 시동을 걸었던 1962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정부주도 아래 이뤄진 개발경제였다. 이러한 시대에는 사실상 중앙은행의 역할을 할 수 없었다.

중앙은행의 역할은 물가안정 즉 화폐가치를 안정시키는 것이지만 그 당시에는 경제개발 계획을 뒷받침하는 수준이었다.

경제규모가 작을 땐 정부주도 경제개발이 효과적이었지만 민간부문이 점점 커지면서 민간이 갖고 있는 정보가 정책적인 판단보다 더 나을 때도 있었다. 또 자본주의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민간 시장 활성화는 중요한 요소였다.

80년대에는 금융자유화가 굉장히 큰 이슈로 떠올랐다. 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금리를 정하는 등 금융자유화 논의가 있었지만 90년대까지도 관행이 남아 있어 정착되지 못했다.

그러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이 요구한 엄격한 구조조정 정책으로 금리를 인상하고 부채비율을 낮추는 등 부실한 금융기관을 튼튼히 하고 기업의 경쟁력도 키웠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부채비율도 낮아지고 수익도 내고 금융기관도 튼튼해지면서 다시 정부주도의 고성장을 이뤘다.

Q. 한국경제 60년 중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수한 인적 자원과 강력한 리더십이다. 경제발전론에 보면 균형성장론자가 있고 불균형성장론자가 있다. 당시 한국의 산업은 농업이었지만 일단은 제조업 위주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산업화 정책이 추진된 것은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으로 국민들의 역량을 결집했기 때문이다. 경제개발에는 안정된 정치기반 등이 상당한 기여를 했다.

Q. 우리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 고쳐야 할 점이 있다면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사회이며 시장 경제이기 때문에 사실은 민간이 움직이는 게 맞다. 과거에는 정부의 비중이 컸지만 지금은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이 줄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경제문제가 생기면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면서 정부가 다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또 해결하길 바란다. 이런 점을 고쳐야 한다.

가계나 기업은 스스로 판단해 투자 결정을 하고 소비도 해야 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스스로 바꿔가야겠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Q. 우리 경제 전망은 어떤가

우리나라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고 전체적인 경기흐름을 봐도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본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부문별로 다르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는 부문은 피부로 느끼겠지만 경쟁력이 약한 내수 경제나 중소기업 쪽은 힘들 것이다.

어느 시장이든 경제가 발전해도 양극화는 있기 마련이다. 자본주의 사회가 되면 경쟁력 있는 부문과 없는 부문의 격차는 커질 수밖에 없다. 서민들의 경우 경제회복을 느끼는 정도는 내수와 관련이 있다.

수출이 잘되면 일자리도 늘어나지만 지금은 자동화 등으로 많이 줄어들었다. 따라서 결국 서민들이 경제성장을 느끼려면 서비스업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서비스분야에 더 많은 투자를 해서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기면 서민들에게도 온기가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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