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철 화백의 ‘모내기’ (출처: 학고재 갤러리 홈페이지)
신학철 화백의 ‘모내기’ (출처: 학고재 갤러리 홈페이지)

법원, 위탁관리 등 처분 방안 마련 지시

신 화백, 특별사면 후 그림 반환요구

박상기 장관 “합리적으로 매듭짓길”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1999년 그림의 소유권이 국가에 귀속된 신학철 화백의 그림 ‘모내기’의 보관장소가 서울중앙지검 압수물 보관창고에서 국립현대미술관으로 바뀔 전망이다.

법무부는 “17년간 별도의 처분 없이 ‘모내기’ 그림을 보관하고 있으나 보관 장소와 보관 방법이 적절하지 못해 작품의 일부가 훼손된 상태라서 적절한 처분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관련 규정에 따라 검찰에 국립현대미술관 위탁관리 등 처분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고 29일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에 위탁·보관이 추진되고 있는 그림 ‘모내기’는 신학철 화백의 1987년 작품으로, 당시 민족미술협의회에서 주최한 전시 ‘통일전’에 출품됐다.

작품은 1989년 9월 검찰에 의해 국가보안법상의 이적표현물로 구속기소 됐다. 국가보안법은 1948년 12월 정부가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규제하기 위해 제정한 법률이다. 이적표현물이란 반국가단체와 그 구성원을 찬양·고무·선전하거나 이적단체를 구성하기 위해, 또는 이적단체 구성원으로서 사회질서 혼란 조성을 위해 쓰이는 문서나 그림 등을 말한다.

당시 1심과 2심은 기소 내용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지만 검찰이 상고했다. 대법원은 1998년 3월 “이 작품의 제작 동기·표현행위·당시의 정황을 종합했을 때 반국가단체인 북한 공산집단의 활동에 동조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표현물”이라면서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에 해당한다”며 파기 환송했다.

[천지일보=황지연 인턴기자] 31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을 밝히기 위한 조사위원회가 공식 출범된 가운데 신학철 화백이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07.31
[천지일보=황지연 인턴기자] 31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을 밝히기 위한 조사위원회가 공식 출범된 가운데 신학철 화백이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07.31

이듬해인 1999년 8월에 진행된 파기환송심에서는 신학철 화백에게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징역 10개월의 선고유예와 그림에 대한 몰수가 선고됐다. 같은 해 11월 대법원은 “남녘 농부들이 외세를 상징하는 코카콜라와 양담배 등을 바다로 쓸어 넣고 있고, 북녘은 풍년을 경축하는 모습을 담고 있어 이적표현물에 해당한다”며 판결을 확정했고, 그림의 소유권은 국가에 귀속됐다.

신 화백은 2000년 형선고효력을 상실시키는 특별사면을 받았으나, 서울중앙지검은 2001년 3월 그림을 사회적 이목을 끈 중대한 사건의 증거물로 판단해 ‘영구보존’하기로 했다.

이후 2004년 3월 유엔 인권이사회는 우리 정부에 ‘모내기’ 그림 반환을 권고했고, 신 화백과 민족미술인협회 등은 그림 반환을 계속 요구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현행법상 몰수 처리된 물건을 원소유자에게 반환할 방법이 없다”며 거절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이번 ‘모내기’ 그림의 위탁·보관 처분 방안을 통해 지난 17년간 계속된 국제사회의 권고·문화예술계의 요구·사회적 관심과 논란을 합리적인 방향으로 매듭짓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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