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은 백범 서거 61주기

(서울=연합뉴스) "높이 우뚝 솟은 웅장한 푸른 산이여 / 만물을 품어 기르는도다 / 저 멀리 곧게 서 있는 푸른 소나무여 / 사시장철 변함이 없도다"

1932년 4월29일 일왕(日王)의 생일 행사장이었던 중국 상하이 훙커우(虹口) 공원에 폭탄을 던져 의거에 나섰던 윤봉길 의사가 백범 김구 선생을 묘사한 송시(頌詩)다.

윤 의사의 조카인 윤주 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 연구위원은 오는 26일 백범 서거 61주기에 앞서 23일 윤 의사의 친필로 된 이 송시를 공개했다.

윤 의사는 의거 직전인 1932년 4월27일 쓴 이 시에서 김구 선생을 "온 세상이 모두 흐린데 선생 홀로 맑다" "나이 들수록 더욱 강건해지는 선생의 의기뿐이다"라고 묘사했다.

윤 연구위원은 "기념사업회 책자에 이 시가 수록되면서 3행의 '묘묘(杳杳)'가 '울울한(빽빽한)'으로 잘못 번역되는 바람에 김구 선생이 여러 명인 것처럼 해석한, 틀린 번역이 널리 퍼졌다"면서 "이번에 번역문도 고쳐서 새로 공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 번역문에서는 본래 '묘묘(杳杳)'가 '먼, 아득한' 등의 뜻임을 고려해 3행 '묘묘창송혜(杳杳蒼松兮)여'를 '저 멀리 곧게 서 있는 푸른 소나무여'로 옮겼다.

윤 연구위원은 이 시에 대해 "윤 의사의 의거로 임시정부가 한국 독립운동의 구심점이 됐고 김구 선생은 그 지도자가 됐다"며 "이 시의 백범관은 정확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시 전문과 해석.

『백범(白凡) 선생(先生)에게
외외청산혜(巍巍靑山兮)여 / 재육만물(載育萬物)이로다 / 묘묘창송혜(杳杳蒼松兮)여 / 불변사시(不變四時)로다 / 탁탁봉상혜(濯濯鳳翔兮)여 / 고비천인(高飛千인<사람인변+刃>)이로다 / 거세개탁혜(擧世皆濁兮)여 / 선생독청(先生獨淸)이로다 / 노당익장혜(老當益莊兮)여 / 선생의기(先生義氣)로다 / 와신상담혜(臥薪嘗膽兮)여 / 선생적성(先生赤誠)이로다

높이 우뚝 솟은 웅장한 푸른 산이여 / 만물을 품어 기르는도다 / 저 멀리 곧게 서 있는 푸른 소나무여 / 사시장철 변함이 없도다 / 번쩍번쩍 밝게 빛나는 봉황의 날음이여 / 천 길이나 드높이 날아오르는도다 / 온 세상이 모두 흐림이여 / 선생 홀로 맑으시도다 / 늙을수록 더욱 강건해짐이여 / 오직 선생의 의기뿐이로다 / 원수 갚으려 온갖 핍박을 참고 견딤이여 / 선생의 붉은 정성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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