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곰탕. (제공: 탯자리곰탕)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4
나주곰탕. (제공: 탯자리곰탕)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4

 

[인터뷰] 탯자리곰탕 이영기 사장

“5일장 찾은 손님들 출출함 달래던 시래기국에서 유래”

“전주비빔밥처럼 나주곰탕도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어야”

[천지일보 나주=이진욱 기자] 옷깃을 여미는 추운 날씨에 맛의 고장 전라남도 나주에 방문했다면 반드시 맛봐야 할 음식이 있다. 바로 좋은 고기를 삶아 국물이 맑은 것이 특징인 나주곰탕이다.

나주시민들은 나주에서 가장 유명한 먹거리가 있다면 단연 곰탕이라고 자부한다. 하지만 나주곰탕의 유래, 특징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첫눈이 내린 지난 5일 ‘나주곰탕 이야기’를 듣고자 만난 탯자리곰탕 이영기(68) 사장은 곰탕이야말로 진정한 ‘나주 음식’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수의사 출신인 이영기 사장은 나주 금남동이 본가다. 식품가공학을 전공한 아내와 지금의 곰탕집을 20년간 운영해왔다. 수의사 출신 곰탕집 사장님이 전하는 곰탕 이야기가 더욱 궁금증을 자아낸다.

“곰탕은 단순한 국밥이 아닙니다. 곰탕에는 나주인의 삶의 철학, 나주의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나주만의 ‘특별한 음식’입니다.” 그의 특별한 나주사랑 나주곰탕 이야기는 100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예전에 호남에서 금성관 일대는 모든 사람과 문물이 나주를 통과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야말로 번화가였고 나주 사람은 나주읍성을 이루고 4대문(북망문, 남고문, 서성문, 동고문)안팎에 모여 살았다”며 “당시 이곳은 행정의 중심이자 모든 중요기관이 모여있는 살아있는 역사적인 도시였다”고 운을 뗐다.

그에 따르면 지금의 금성관 옆 목사내아 주차장 일원은 원래 나주 5일장이 열리는 곳이었다. 목사고을시장이나 매일시장이 생기기 전 장날이면 이곳은 새벽부터 전남 각지에서 모여든 상인으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이었다. 노안면, 다시면, 영산포 등 많은 나주 주민은 이날 다양한 팔 거리를 들고 등장했다. 유명한 나주배는 물론이고 홍어, 각종 채소, 목가구(반상), 직물(무명) 등 없는 것이 없었다.

장날이면 이른 아침부터 모여든 나주주민들은 출출한 배를 채워줄 해장거리가 필요했다. 처음엔 근처 주점이나 상점에서 값싼 시래기 된장국을 자연스럽게 대접하게 됐는데 먹고 난 후 그냥 갈 수 없었던 손님들은 조그만 성의라도 표시했다. 이렇게 훈훈한 이웃사랑을 실천하면서 시래기 된장국에서 출발했던 나주의 아침 국은 세월이 흐르면서 변천하게 된다.

전남 나주 탯자리곰탕 이영기 사장.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4
전남 나주 탯자리곰탕 이영기 사장.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4

예전부터 영산강 유역 평야 지대로 축산업이 발달한 나주지역에서는 돼지 부산물(돼지 머리, 곱창 등)과 소 등 가축이 풍부했다. 특히 돼지 부산물을 활용해서 ‘국밥’이 탄생하게 됐고 이즈음부턴 음식에 가격이 붙기 시작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차츰 국밥집(20년 전)도 늘어나고 더욱 양질의 음식으로 경쟁하기 시작했다. 고기도 돼지고기에서 소고기로 전환됐다. 국밥에 고기를 더 많이 썰어주는 집이 있는가 하면 국물을 독특하게 개발, 몇 대를 거쳐 그 비법을 가족에게만 전수하기도 했다.

당시 생겨난 집들이 오늘날의 유명 맛집으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그중 한 곰탕집을 운영 중인 그는 “무엇보다도 음식에 대해선 맛도 중요하지만,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철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곳에서 태어나 현재 자칭 ‘서문지기’로 나주원도심 도시재생에도 활발한 활동 중인 그는 “호남 음식 문화 중심지였던 나주에서 곰탕을 통해 나주의 맥을 이어가는 게 자랑스럽다”며 “나주에 방문했다면 곰탕은 꼭 먹어봐야 한다”고 권했다.

그는 수의사 출신답게 무엇보다도 좋은 재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목심, 사태, 양지, 머리고기 등을 구입하는 데 좋은 국내산 한우를 사용하고 모든 과정은 철저한 소독과 위생과정을 거친다는 것.

하지만 그는 전통과 맛에 대한 고집 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연구하고 수육 세트, 일인 세트 등 메뉴도 다양하게 개발하고 있다”며 “그 결과 지금의 깔끔하고 담백한 육수, 어르신들도 편히 드실 수 있는 부드러운 고기가 탄생했다”고 말했다.

또한 나주곰탕은 탄수화물, 단백질뿐 아니라 소뼈에서 우러난 각종 무기질이 풍부해 영양 면에서 사계절, 특히 겨울철 보양식으로도 손색이 없다. 5~6시간 푹 곤 사골육수에 한우를 넣고 다시 5~6시간 푹 삶아 탄생한 독특한 비법 육수를 그릇에 담고 여기에 결대로 얇게 썬 한우, 대파, 달걀지단, 다진 마늘, 참기름 등을 고명으로 얹은 것이 나주곰탕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던가. 기자에게 뜨끈한 곰탕 한 그릇을 권한 그는 “곰탕도 맛있지만 우리 집은 영산포 토종 갓김치가 별미다”며 “고기랑 밥을 한꺼번에 말아 먹는 것도 좋지만 그것은 국밥이고 따로 먹는 것은 음식이다”면서 먹는 방법을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전주비빔밥이 세계의 브랜드로 성장했는데 나주곰탕은 브랜드화되지 못한 점이 가장 서운하다”며 “지금이라도 민·관이 힘을 합쳐 나주곰탕을 세계 브랜드화 시킬 방법을 함께 모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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