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 CBS지부 이진성 위원장이 11일 CBS본사사옥에서 CBS재단이사장 김근상 주교에 대한 퇴진을 외치며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이 위원장과 노조원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출처: CBS노조 페이스북)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2
전국언론노조 CBS지부 이진성 위원장이 11일 CBS본사사옥에서 CBS재단이사장 김근상 주교에 대한 퇴진을 외치며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이 위원장과 노조원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출처: CBS노조 페이스북)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2

성공회 “CBS와 맺어온 관계 심각한 고민”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전국언론노조 CBS지부 이진성 위원장이 CBS재단이사장 김근상 주교에 대한 퇴진을 외치며 11일 CBS본사사옥에서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CBS노조는 “교단 내 비위 책임으로 해당교단 주교직을 사임한 김근상 주교가 CBS 재단이사장에 취임한 현실을 저희 CBS노조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내외로부터 ‘그 CBS 이사장은 아직도 있나요’라는 질문을 계속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CBS가 어찌 이 땅에 정의를 부르짖고, 권력을 향해 비판을 하며, 한국 사회로부터 외면 받는 한국 기독교를 향해 쓴 소리를 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MBC가 정상화되고, KBS 정상화가 눈앞이다. 그런데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오히려 퇴행하는 CBS를 보며 참담함을 느낀다”며 “속히 명예롭게 퇴진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CBS노조가 단식투쟁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데는 성공회 교단 측의 강경한 입장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김근상 주교를 파송했던 성공회 교단은 CBS 측에 공문을 보내 조속한 결단을 요구하며 “CBS와 맺어온 관계에 대해서도 심각한 고민을 위한 내부 논의 과정을 밟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대한성공회 주교원은 “기독교방송(CBS) 이사회가 우리 교단의 적정한 결정사항 자체를 무시한다면, 우리 교단은 이 문제를 공론화할 것이며 더 이상 이사파송을 구걸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며 이같이 말했다.

성공회는 지난 4월 21일 김근상 당시 주교에게 서울교구장 퇴임과 함께 CBS이사직도 퇴임하는 것이 주교원의 의결내용이라고 이미 통보했다. 아울러 CBS재단이사회가 김 전 주교를 이사장에 선임한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2015년 9월부터 2019년 9월까지 (김근상 전 주교를) 이사로 재추천한다는 (성공회의) 문서’가 “성공회 헌장과 법규에 명시된 주교원 협의와 전국 상임위원회 동의라는 당위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위법한 문서”라며 김 전 주교의 CBS이사 자격 자체를 부인했다. 

주교원은 “추천이 곧 선임은 아닐지라도 이사의 소속교단이 분명한 절차적 문제점 때문에 이사교체를 추천했는데도 무시한다는 것은 교회일치의 정신에 입각한 대표적인 기독교 연합기관으로서 매우 파행적인 변질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욱이 김근상 주교의 경우 소속 교단에서 위법사항을 확인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사교체를 요청했음에도 이를 외면한다는 것은 교계가 또 한 번 세상의 놀림감으로 전락할 잘못임이 분명하다”고 꼬집었다.

김근상 주교는 대한성공회가 위탁 운영하던 구리요양원 금품 상납 의혹과 성공회 빌딩 임대 관리 과정에서 재정상납 의혹에 휩싸여 지난 4월 성공회를 대표하는 의장주교직에서 조기 사퇴했다. 사실상 불명예 퇴진이다. 김근상 주교의 금품 상납 의혹으로 대한성공회는 청렴하고 건전한 교단의 이미지가 일순간 무너져 충격에 휩싸였다.

김근상 주교는 현직을 사퇴했음에도 지난 7월 3일 서울 CBS 목동 사옥에서 신임이사장으로 버젓이 공식 취임해 논란이 됐다. 노조는 재단이사회가 해당 교단에서 파송이사 자격을 상실해 곧 교체할 것이라고 통보해온 인물을 재단이사장의 자리에까지 앉히는 비상식적 결정을 내려 공분을 산 것이라고 비판하며 그간 사퇴를 촉구해왔다. 하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CBS 사측과 일부 이사들은 사내외의 들끓는 사퇴 여론에도 불구하고 김근상 전 주교의 재단이사 자격이 CBS재단의 정관에 따라 처리된 것이므로 사회법적으로 하등의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해왔다.

이에 성공회는 지난 9월 19일 전국상임위원회를 갖고 ‘CBS 파송 이사를 이경호 주교로 교체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이튿날 성공회는 이 같은 내용을 CBS 측에 즉각 통보했다. 김근상 주교가 이제 더 이상 성공회의 파송 이사가 아니라는 공식 선언이었다. 이후 석 달이 지났지만 CBS와 재단이사회의 이렇다 할 대응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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