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군사시설 외 만주.중국 북부까지 핵공격 검토
핵공격에 대한 서방진영 반응까지 세부 분석

(워싱턴=연합뉴스) 미국은 한국전쟁이 종전한 이후 북한이 다시 남침할 경우 북한의 주요 군사시설은 물론 북.중 국경에 인접한 중국 지역까지도 원자폭탄 공격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지난 1954년 3월 작성해 기밀문서로 분류돼 있다가 16일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공산군 남침시 원자폭탄으로 맞서며, 핵공격 목표로 북한 군사시설과 지린, 칭다오, 선양, 톈진 등 북한에 인접한 중국 지역을 상정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만주 등 중국 북부지역을 핵 공습 목표로 정하면서도 소련과의 전면전 확대는 피하기 위해 소련이 자유항으로 관리하던 뤼순과 다롄은 핵 공격 목표에서 제외했다.

미국은 원자폭탄 공격과 더불어 양동작전으로 중국 해안봉쇄, 타이완을 앞세운 대규모 중국 본토 공격, 하이난 섬 점령 계획도 세웠다.

미국 정보당국은 원자폭탄 공격에 대한 서방진영의 반응도 다각도로 분석, 북한의 선제공격 사실이 불분명할 경우에는 미국의 원자폭탄 공격을 지지하지 않겠지만, 서방국가들은 북한의 공격이 분명할 경우 마지못해 원폭 공격에 동의할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은 다만 "자유진영 국가들은 도시 인구밀집지역이나 인근지역의 핵공격은 절대로 지지하지 않을 것이며, 공산군이 침공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방식의 핵공격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핵 공격 목표는 제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서방국가들은 북한 국경에 인접한 만주나 북부 중국 지역의 군사시설에 대한 공격에는 동의하겠지만, 국경지대를 넘어선 중국 본토에 대한 핵공격은 반대할 것이라는 정세 분석까지 곁들였다.

CIA 문서에는 미국의 북한 군사시설 및 북한 국경 인근 중국 군사시설의 원자폭탄 공격에 대해 호주, 뉴질랜드, 한국, 대만, 필리핀, 파키스탄은 지지하고, 인도, 버마, 인도네시아는 반대하며, 중립을 추구하는 일본, 태국은 상황을 지켜보며 판단할 것이라고 각국의 반응을 세부적으로 분석해 기록했다.

CIA 문서는 공산군의 남한 침략시 미국의 대응 목표는 `한국에서의 공산군 축출'이라며 공산체제와의 전면전은 아니라는 점을 문서에 밝혔지만, 중국이 미국의 목표를 `공산주의 체제 붕괴'로 간주하고 홍콩, 인도차이나 점령으로 대응할 수 있다며 대비책을 검토했다.

이와 함께 소련은 전쟁수행을 위해 중국, 북한에 대한 물자지원은 하겠지만 군사력 투입은 하지 않으며 전면전 확대를 피하려 할 것으로 미국은 내다봤다.

이 문서는 1954년 3월2일 미 국무부, 국방부, 육해공군과 합참, CIA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전략회의를 바탕으로 CIA가 `공산군의 남침시 미국의 대응 방안과 중국, 소련, 자유진영의 반응'이라는 제목으로 정리한 자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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