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도가 전시된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실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2017.06.01
미인도가 전시된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실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2017.06.01

연극 ‘미인도 위작 논란 이후 제2학예실에서 벌어진 일들’

1991년부터 현재까지… 픽션 더해 유족 입장에서 그려져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26년 전부터 현재까지 미술계의 뜨거운 감자인 고(故) 천경자 화백의 그림 ‘미인도’ 위작 논란을 다룬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

연극 ‘미인도 위작 논란 이후 제2학예실에서 벌어진 일들’이 오는 22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공연의 소재가 되는 미인도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암살한 혐의로 사형당한 중앙정보부장이던 김재규가 소지하고 있던 그림이다. 박 전 대통령 암살 이후 김 부장의 재산은 모두 국가에 몰수당했고, 그중 그림 미인도는 1980년 국립현대 미술관으로 이관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은 1991년 ‘움직이는 미술관’을 개최하고, 이 그림으로 포스터를 만들어 홍보용·일반 판매용으로 활용했다. 포스터로 유통되고 있는 그림을 본 천경자 화백은 미술관에 연락해 자신의 그림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미술관 측은 “구입할 때 과학적 분석 등 진품여부를 감정했다”며 천 화백의 주장을 무시했다.

이 일로 충격을 받은 천 화백은 한국에서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딸이 있는 미국으로 거처를 옮겼다. 미국으로 간 천 화백은 2015년 10월경 사망했다. 이후 유족이 다시 미인도 재감정을 요청했으나, 한국 검찰은 “밑그림 등 표현 기법이 천 화백 특유의 양식과 일치한다”며 진품이라고 다시 같은 결론 내렸다. 검찰의 결론에 반발한 천 화백의 유족은 지금까지도 국립현대미술관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하고 있다.

연극은 이런 사실에 픽션을 더했다. 이 작품의 시각은 국립현대미술관과 검찰 입장보다 유족 입장에 더 가깝다. 연출진은 천 화백 그림의 위작 논란에 대해 “작가가 가짜라고 주장하는 작품을 국가가 진짜로 만든 사건”이라고 설명한다.

작품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선정 ‘2017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에 뽑혔다. 연극의 시대적 배경은 1991년이고, 장소는 과천의 국립현대미술관 제2학예실이다. 신입 학예사 ‘예나’는 ‘찾아가는 미술관’에 그림 미인도를 공개해 사업 성공에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천경자 화백은 미인도를 가짜라고 주장하고, 이 소식을 들은 학예사들은 긴급대책위원회를 소집한다. 학예실장은 예나에게 “미인도는 진품이어야 한다”는 압박을 가하고, 예나는 살기 위해 그림을 진품으로 만들어가기 시작한다.

연출진은 “이 작품은 미인도 위작 논란이 아직까지 끝나지 않은 현재형 사건이라는 점에 주목했다”며 “1991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고 밝혔다. 

연극  ‘미인도 위작 논란 이후 제2학예실에서 벌어진 일들’ 공식 포스터. (제공: 극단 위대한모험)
연극 ‘미인도 위작 논란 이후 제2학예실에서 벌어진 일들’ 공식 포스터. (제공: 극단 위대한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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