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병원의 내부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DB
한 병원의 내부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DB

“정당한 진료 권리 침해하는 의료법 위반”
“연대보증인과 미납률 간 상관관계 미미”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1 A씨는 종합병원에 입원하면서 병원으로부터 연대보증인 작성을 요구받았다. 병원에서는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입원이 불가하다고 했다. 그는 자주 가는 커피집 지인에게 간곡히 부탁해 간신히 연대보증인을 설정하고 입원할 수 있었지만 병원 측의 불합리한 처사에 정신적 고통이 심했다.

#2 B씨는 국립대학병원에서 검사를 받기 위해 하루 입원을 위한 절차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병원 측은 연대보증인이 없으면 입원이 불가하다고 했다. 그는 어렵게 보증인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B씨는 “이제는 금융권도 연대보증인을 폐지하는 마당에 병원이 이래도 되는지 너무 실망스럽다”라고 말했다.

#3 C씨는 남편의 뇌혈관 검사를 위해 입원 절차를 밟으려 했다. 하지만 병원 측에서 본인소유의 집이 없다면 집을 가진 사람을 연대보증인으로 세우라고 요구했다. C씨는 “병원에 돈을 빌리러 간 것도 아닌데 강압적인 말투로 연대보증인을 요구하는 게 정당한 건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상당수 병원이 병원비 미납률 증가 등을 우려해 연대보증인 작성을 관행적으로 요구하며 이에 대한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같이 병원에 입원할 때 병원 측에서 환자나 보호자에게 연대보증인을 요구하는 관행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권익위는 입원약정서에서 연대보증인 작성란을 없애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해 지난달 14일 보건복지부에 권고했다고 5일 밝혔다.

앞서 권익위가 공공병원 55개와 지역 민간 종합병원 63개 등 총 118개 병원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72%인 85개 병원에서 입원약정서에 연대보증인 작성란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공병원 가운데 연대보증인 작성란이 있는 34개 병원 중 33곳은 입원환자로부터 연대보증인을 제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권익위는 연대보증인 작성이 입원의 전제조건으로 오인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연대보증은 환자나 보호자의 선택사항이며 연대보증을 이유로 병원이 입원을 거부하는 행위는 정당한 진료를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의료법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는 것이 권익위의 판단이다.

권익위는 “연대보증인 작성란을 삭제한 서울대병원 등 13개 병원의 병원비 미납률을 분석한 결과 작성란 삭제 전후에 미납률에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감소한 곳이 많았다”며 “미납률이 증가한 경우에도 1% 미만에 불과해 연대보증인과 미납률 간에는 상관관계가 미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공병원에 대해 내년 3월까지 입원약정서에서 연대보증인란을 삭제하고 민간병원은 내년 6월까지 이를 자율적으로 삭제하거나 ‘선택사항’임을 명시하도록 보건복지부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또한 “병원이 연대보증인을 요구하는 행위는 환자의 정당한 진료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제도개선 방안이 현장에서 이행되면 환자와 보호자의 부담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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