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준대로 받은대로’ 홍보사진. 왼쪽부터 ‘앤젤로’ 역의 배우 백인남, ‘이사벨라’ 역의 배우 이지수. (제공: 국립극단)ⓒ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4
연극 ‘준대로 받은대로’ 홍보사진. 왼쪽부터 ‘앤젤로’ 역의 배우 백인남, ‘이사벨라’ 역의 배우 이지수. (제공: 국립극단)ⓒ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4

시대마다 작품 속 권력자에 대한 평가 달라져

오경택 연출 “폭력에 맞서는 저항 강조”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영국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의 숨겨진 명작 ‘준대로 받은대로’가 오는 8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셰익스피어는 1604년에 ‘Measure for Measure’라는 제목으로 이 작품을 발표했다. 당시는 연극 장르 중 희비극(喜悲劇, tragicomedy)이 유행하던 때로, 이 작품 역시 희비극으로 공개됐다. 희비극의 특징은 비극의 절정에서 행복한 장면으로 갑자기 전환되거나, 희극 속에 비극적 요소를 넣는다는 점이다.

작품은 그동안 ‘자에는 자로’ ‘법에는 법으로’ 등으로 번역돼 한국 무대에 올랐다. 이번 공연의 연출진은 권력·법·성(性) 등 작품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주제를 풍부하게 담기 위해 제목을 ‘준대로 받은대로’로 번역했다.

작품은 여행을 떠난 공작에게 전권을 위임받은 ‘앤젤로’가 법의 잣대로 엄격한 통치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에 불만을 가진 앤젤로는 혼인 전 연인과 관계를 맺은 ‘클로디오’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클로디오의 동생 ‘이사벨라’는 오빠의 사형을 막기 위해 앤젤로를 찾아간다. 이사벨라에게 반한 앤젤로는 자신과 하룻밤을 보내면 클로디오를 살려주겠다고 답한다. 이 사실을 안 공작은 신부로 변장해 이사벨라를 찾아가고,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꾀를 알려준다.

등장인물의 이중성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권력을 과시하는 자들을 표현한 정치극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권력을 가진 자와 원하는 자·권력에 저항하려는 자와 순응하려는 자는 각 시대마다 다르게 해석됐다. 결말도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어 영국의 가디언지(The Guardian)는 이 작품을 “셰익스피어가 남긴 최고의 문제작”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공연은 중심 회전축이 돌아가는 이중 회전 무대 위에서 공연된다. 무대는 인물들의 권력과 사회적 위치, 권력자들의 개인적인 잣대에 따라 기울기가 계속 바뀐다. 이런 무대 연출을 통해 소수의 지배층을 따라 잡을 수 없는 다수의 피지배계층의 상황을 표현했다는 게 오경택 연출의 설명이다. 오 연출은 “우리 사회는 애초에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다”라며 “폭력에 맞서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번 공연을 본 관객은 작품과 우리시대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작의 주제는 자비·용서·정의 등으로 해석된다”며 “이번 작품에는 폭력에 맞서는 저항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연극 ‘준대로 받은대로’ 공식 포스터. (제공: 국립극단)
연극 ‘준대로 받은대로’ 공식 포스터. (제공: 국립극단)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