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생자 사진을 들고 행진하는 유족과 시민들
“드디어 진실이 빛을 보게 됐다”

[천지일보=전형민 기자] 북아일랜드 제2의 도시 런던데리에서 38년 전 영국 공수부대원들의 발포로 시위대 14명이 숨진 이른바 ‘피의 일요일’ 사건과 관련된 새로운 보고서가 공개됐다.

‘피의 일요일’ 사건이란 1972년 1월 30일 영국 공수부대원들이 신교파 영국인과 등등한 시민권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던 구교파 소속 북아일랜드 시위대를 향해 발포해 13명이 현장에서 사망하고, 부상당한 14명 가운데 1명도 나중에 사망한 것을 말한다.

이 사건은 북아일랜드 구교도들이 비무장투쟁에서 벗어나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요구하는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이 무장투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계기가 됐다.

15일 전면 재조사를 시작한 지 12년 만에 나온 ‘새빌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사망자들은 모두 무고한 시민이었으며 처음 총격을 가한 측도 시민들이 아니라 군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고 발포 과정에서 아무런 사전 경고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희생자 유족들은 사상자가 모두 무고한 시민들이라고 주장했으나 사건 10주 뒤 발표된 보고서는 일부 시위대가 폭탄과 총기를 소유하고 있었고 그들이 먼저 발포해 군이 응사했다고 결론지은 바 있다.

하지만 구교도 측과 유족들은 이에 의혹을 제기했고 25년이 지난 1998년 토니 블레어 당시 총리가 법관을 지낸 새빌 경에게 전면 재조사를 맡겼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이날 하원에 출석해 직접 보고서 내용을 설명한 뒤 정부를 대표해 사과했다.

그는 “먼저 총을 쏜 것은 군인들이었다”며 “살인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그날 일어난 일은 정당하지 않고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총리의 발표가 끝나자 유족들은 “드디어 진실이 햇볕을 보게 됐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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