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태풍 ‘차바’로 인해 침수된 지역(보라색). (출처: 부산서구청 재난안전대책본부 보유 사진 캡처)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
지난해 태풍 ‘차바’로 인해 침수된 지역(보라색). (출처: 부산서구청 재난안전대책본부 보유 사진 캡처)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

해안가 초고층 아파트 자연재해 대책 시급

상습 침수지역에도 초고속 추진

주거·상업지 비율 대폭 수정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부산시 서구 암남동 일원 한진매립지에 들어서는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인 ‘현대 힐스테이트 이진 베이시티’가 각종 특혜 의혹에 휩싸여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 힐스테이트 이진 베이시티’의 건설 사업을 바라보는 지역사회의 의심의 눈총을 받는 이유로는 우선 이진 베이시티 건립 추진과 맞물려 정부가 사업비 1000억 원가량을 들여 해안가방재호안공사의 사업 구간이 변경돼 해당 아파트 부지 앞까지 확장됐다. 뿐만 아니라 공사시기도 변경되고 사업허가 역시 초고속으로 이뤄졌다.

지난달 6일 부산시 서구 암남동 123-15부지 3만 3008㎡(한진 매립지)에서 첫 삽을 뜬 현대 힐스테이트 이진 베이시티는 지하 6층 지상 69층 규모에 총 1368세대 3개 동으로 건립된다. 준공 예정 시점은 2022년 5월이며 지난달 27일 분양에 들어갔다.

이 업체 외의 매립지 잔여부지 1만 3587㎡에는 또 다른 지역 건설업체인 협성종합건설이 초고층 아파트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제18호 태풍 ‘차바’가 몰고 온 거대한 파도가 해안방파제를 넘어 1∼2m 높이의 바닷물에 차량 수십 대가 잠긴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
지난해 10월 제18호 태풍 ‘차바’가 몰고 온 거대한 파도가 해안방파제를 넘어 1∼2m 높이의 바닷물에 차량 수십 대가 잠긴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

한진매립지는 강한 태풍이 오면 일대가 바닷물에 잠기는 상습 침수지역이다(본지 지난달 27일 ‘해안가 초고층 아파트 자연재해 대책 ‘시급’’) 특히 지난해 10월 제18호 태풍 ‘차바’가 몰고 온 거대한 파도가 해안방파제를 넘어 1∼2m 높이의 바닷물에 차량 수십 대가 잠기는가 하면 2014년 태풍 너구리 때도 월파로 인해 도로가 파손됐다.

또 그에 앞서 태풍 ‘매미’로 인해 파도가 해안방파제를 넘어 한진 매립지 일대가 바닷물에 잠기는 등 이곳은 상습 침수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이 상습적인 침수지역인 것은 정부도 이미 파악한 사실로 국토해양부는 2011년 5월 사업비 1000억원을 투입하는 ‘항만구역 내 재해 취약지구 정비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남항 서방파제보강 공사(400m)와 방제 호안시설 축조공사(710m)를 2020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2030년경 완공키로 했다.

이러한 상습침수구역인 한진매립지를 이진종합건설㈜는 2014년 4월 한진매립지에 1300여 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건립할 목적으로 상당 부분을 매입했으며 이곳이 상습침수구역이라는 점을 감안해 해안 방파제에서 15m 이상의 완충 지역을 두고 건축을 할 예정이다.

그러자 부산 서구청은 한진매립지 앞까지 방재호안시설을 연장하고 사업 시기를 변경해줄 것을 해수부에 요청했다.

2014년 9월 서구청의 요청에 따라 국토해양부는 방재호안시설 길이를 당초 710m에서 1000m로 연장했다. 사업 시기도 2020년에 시작하려던 계획을 2016년으로 앞당기고 2020년 완료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이후 이진종합건설의 베이시티 건립사업은 가속도가 붙었다. 2015년 1월 지구단위계획 변경신청을 내 주민 의견 수렴, 관계기관 의견 수렴, 도시·건축 공동위원회 등 거쳐 6개월 만인 2015년 7월 결정 고시됐다.

특히 기존 한진매립지의 주거·상업지역 비율은 5대5였지만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통해 8대2로 대폭 수정됐다.

무엇보다 사업이 6개월 만에 초고속으로 진행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와 관련 부산시 관계자는 “최소 1~2년 걸리는 지구단위계획 변경작업이 불과 6개월 만에 일사천리로 이뤄졌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사업이 6개월 만에 초고속으로 진행되며 특혜 의혹이 제기된 데는 또 다른 이유에서다.

바로 이진 베이시티 건립사업주인 전광수 이진종합건설 회장의 아들이 부산시의회에서 의정활동 중인 전봉민 의원이라는 점이다.

전 의원은 시의회에 입성하기 전 이진종합건설 대표이사 직함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전 의원은 지난 2008년 보궐선거로 시의원에 당선된 이후 해양도시위원회에서 활동했으며 제6대 부산시의회에서는 줄곧 보사환경위원회에 소속됐다.

특히 6대 후반기에는 보사환경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제7대인 현재는 운영위원회 위원장이란 중책을 맡고 있다.

의혹의 눈초리가 자신에게로 향하자 전 의원은 “내가 소속된 보사환경위원회는 그 사업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특혜 논란이 불거지자 해수부는 방재호안시설 연장을 잠정 보류키로 했지만 방재호안시설 건립 여부와는 상관없이 방재호안시설 건립으로 확보되는 완충지대가 해안에서 15m에 불과해 이곳이 안전에 매우 취약해 초고층아파트 건립에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산해수청 관계자는 “한진매립지는 태풍으로 여러 번의 침수를 당한 곳으로 방호시설로부터 50m는 완충 지역이 마련돼야 침수를 예방할 수 있다”며 “15m 완충 지역으로는 강한 태풍 때에는 침수 위험이 존재한다”고 말해 안전이 우려됨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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