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해라, 한국이 있다” “뛰어난 스피드와 조직력을 가진 한국은 남아공월드컵의 확실한 복병(joker) 자격이 있다” “사나운 태극 호랑이가 늙은 그리스의 방패를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그들이 2002년 4강의 믿기지 않는 성적을 재현할지 모른다”

지난 12일 한국과 그리스 경기를 본 외신들이 놀라움과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쏟아낸 반응들이다. 한국 주장 박지성도 4강 진출이라는 이변이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국 선수가 세계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이날 박지성의 골이었다. 한국 축구는 ‘박지성 이전’과 ‘박지성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지성이 주장이 되고부터 한국 대표팀의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얘기가 나온 지 오래다.

29세의 청년 박지성은 자신만의 리더십으로 팀을 리드하고 있다. 그는 항상 “나보다 팀”이란 말을 한다. 실제로 박지성은 2005년부터 세계 최고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다진 경험을 동료에게 전파하는 데 누구보다 열심이다. 그는 자신의 기량 발전에만 몰두하는 이기적인 스타와는 거리가 멀다는 게 일관된 평가다.

“무엇보다 축구 외에는 딴짓을 안 한다. 선수로서 직업정신이 투철하기 때문에 계속 성장을 거듭하는 것”이라는 조영증 대한축구협회 기술국장의 말처럼 박지성은 세계적인 선수가 된 지금이나, 2002년 월드컵 때나 변함없이 겸손하다.

‘박지성 리더십’은 우리 사회가 꿈꾸던 지도자의 모습이다. 우리는 오랜 세월, 조용하면서도 실력있고 강한 리더를 원했다. 나보다 팀을 생각하고, 사사로운 이익보다 본연의 업무에 충실한 리더를 원했고, 박지성은 그것을 보여줬다.

온 국민이 하나 돼 ‘대~한민국’을 외칠 때도 정치권만큼은 여당과 야당이 응원도 같이 하지 않는다니 헛웃음만 나온다.

시급한 정치 현안들이 산적하다. 4대강 사업, 세종시 논란, 천안함 이후 대북조처 등으로 갈기갈기 찢어진 국론을 하나로 모아야 할 때다. 지금 정치권에서 ‘박지성표 정치리더’를 기대하는 것은 ‘월드컵 4강’보다 더 큰 기적을 바라는 것임이 분명하다.

정치인들은 국민이 지금 어떤 리더를 원하는지 29세 청년 박지성에게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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