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정다준 기자] 이상현 특성화고등학교권리연합회(연합회) 추진위원장이 22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제주 실습생 사망 사건 관련 문제점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1.22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이상현 특성화고등학교권리연합회(연합회) 추진위원장이 22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제주 실습생 사망 사건 관련 문제점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1.22

부당노동 시달리다 결국 사고
최저임금 못 받고 장시간 노동
예전부터 문제, 폐지론까지 거론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1. 지난 16일 오후 6시 10분께 경기 안산 반월공단의 한 플라스틱 제조공장 4층에서 특성화고 3학년 박모(18)군이 투신했다. 박군은 공장 건물 앞에 있던 화물차 위로 떨어지면서 다리와 머리 등을 크게 다쳐 병원으로 실려 갔다.

29일 안산 단원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투신 직전 박군이 학교 담임교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함께 일하는 선임직원에게 욕설이 섞인 지적을 받았다”며 괴로움을 호소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하지만 업체 측은 “실습생에게 일을 가르쳐 주었을 뿐이며 직원들이 동생처럼 잘 대해줬다”며 부인했다.

#2. 지난 9일 제주시 한 음료 제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특성화고 3학년 이민호군은 제품 적재기에 목이 끼이는 사고를 당한 뒤 지난 19일 끝내 숨을 거뒀다. 특성화고등학교권리연합회(특성화고권리연합)에 따르면 이군은 9일 사고 이전에도 사고를 당했었다. 사고는 작업장에서 기계를 고치다가 떨어져 갈비뼈를 다친 것이었으며 응급실에 실려 갈 정도였다.

하지만 업체는 이군이 부상 입은 중에도 매일 연락을 해 업무에 나올 것을 독촉했고 완전히 치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업무에 복귀했다. 특성화고권리연합은 이군이 현장실습했던 작업장에 대해 “기계가 자주 고장 나는 곳에 실습생을 배치했을 뿐 아니라 위험 요소가 있음에도 신경 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사고 뒤 이군이 월 최대 80시간 이상을 초과 근무하고 해당 업체의 실습생 안전 교육과 관리가 미흡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됐다.

최근 현장실습에 나선 특성화·마이스터고 학생이 부당노동에 시달리다 목숨까지 잃는 일이 끊임없이 되풀이돼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교육부의 현장실습 실태점검 결과에 따르면, 올해 2월 1일 기준 특성화고생 4만 4600여명이 산업체 3만 1400여곳에서 실습 중이다. 이들 현장실습 산업체 중 법상 의무인 표준협약에 따른 현장실습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업체가 238곳이나 됐다.

또한 정해진 근무시간을 초과해 일하게 한 업체는 95곳이었으며, 실습생을 부당하게 대우하거나 위험한 업무에 내몬 업체는 각각 45곳과 43곳으로 조사됐다.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업체는 27곳, 성희롱 발생업체 등은 17곳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4분기 현장실습 산업체 155곳을 감독한 결과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주거나 연장·연차수당을 안 준 곳은 모두 22곳으로 14.2%에 달해 교육부 실태점검 결과와 비교하면 그 비율이 현저히 높았다.

이같이 열악한 특성화고생 실습환경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당시 최저임금인 시간당 2259원을 못 받는 실습생은 49.9%였고, 하루 평균 노동시간이 8시간을 넘어가는 실습생도 50.2%나 됐다.

정부대책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있으나마나한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2012년 4월 ‘특성화고 현장실습제도 개선대책’을, 지난 2013년 8월에는 ‘학생안전과 학습중심 현장실습 내실화 방안’을 발표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지난 8월 취임 후 첫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직업계고 현장실습제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현장실습을 ‘취업’ 중심이 아닌 ‘학습’ 위주로 바꾸겠다며 실습 기간을 줄이는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반복해 발생되는 현장실습 사고에 정부 대책은 실제 현장실습 환경을 바꾸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 ‘현장실습 폐지’까지도 나왔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7일 최고위원회에서 “조기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제에 대해 폐지에 준하는 전면적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특성화고권리연합은 “현장실습을 의무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안전사고를 책임질 ‘컨트롤타워’를 교육부와 고용부에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