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앞으로 메기
불쾌한 신체접촉 맞대응

[천지일보=백하나 기자]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대전 중구 은행동 주변에서 한국 대 스페인전을 관전하던 김모(24) 씨는 응원 도중 자신의 가방이 찢긴 채 지갑이 사라진 사실을 알고 경악했다. 소매치기를 당한 것이었다. 다행히 소매치기범 최모(33) 씨를 수상히 여긴 주변 응원객이 그를 붙잡아 경찰에 넘겼지만 김 씨에게는 그날의 사건이 섬뜩하기만 했다. 

지난 2006년 6월 독일 월드컵 당시 서울광장에 응원하러 나갔던 진모(당시 25) 씨도 황당한 일을 겪었다. 18살 김모 군이 자신의 중요 부위를 더듬어 경찰이 오가는 등 장내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김 군은 자신의 철없는 행동 때문에 경찰에 붙잡혀 구속영장까지 받았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길거리 응원에서 벌어지는 범죄 대부분이 소매치기와 성추행”이라며 “지난 2002년 월드컵 기간 중에도 길거리 응원 현장에서 소매치기 15명을 검거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매년 월드컵 기간 중 길거리 응원의 혼잡을 틈타 소매치기와 성추행을 벌이는 범죄자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경찰은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길거리 응원전의 경우 성추행 피해자가 즉각 신고해도 가해자를 검거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전 예방을 통해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소매치기 예방을 위해는 가급적 손가방이나 배낭은 앞으로 메는 것이 좋다. 또한 소매치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안 즉시 112에 신고해야 한다. 짐은 간편하게 하는 것이 가장 좋으며, 지갑을 주머니에 꽂지 않는 것도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다.

성추행은 여성의 뒤에서 하체를 밀착시키거나 하복부를 만지는 등의 형태로 자주 발생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되도록 노출이 심한 옷을 자제하고, 불쾌한 신체접촉이 느껴질 시 응원 도중에라도 뒤를 돌아봐 불쾌한 반응으로 응대해야 한다.

경찰은 즉각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낼 시 성추행범이 심리적으로 위축돼 범행을 멈추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12일 한국 대 그리스전에서는 단 한 건의 소매치기나 성추행 건이 접수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날 갑작스러운 비로 시민들이 우비를 착용해 범행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월드컵 기간에는 늘 소매치기와 성추행이 발생하는 만큼 이번 월드컵에서도 각자가 주의해 달라”며 “길거리 응원이 펼쳐지는 지역을 중심으로 전·의경 3200여 명을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전담 형사를 현장에 투입해 검거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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