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을 그리다 : 신윤복·정선’ 전(展)에서 공개된 신윤복 그림 원본 ⓒ천지일보(뉴스천지)

젊은 세대 옛 그림 이해 쉽도록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조선의 풍류를 화폭에 담아낸 두 거장, 혜원 신윤복과 겸재 정선의 대표작이 미디어 아트로 재해석돼 대중에 공개됐다.

24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박물관에서 개최된 ‘바람을 그리다 : 신윤복·정선’ 전(展)은 조선의 풍경과 풍속을 담은 작품들과 이를 모티브로 한 미디어아트 작품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됐다.

간송미술문화재단 탁현규 연구원은 전시 기획에 대해 “한국적 정체성와 보편적 탁월성 사이의 접점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문화예술의 흐름을 살펴보면 첨단기술과 미디어 플랫폼을 기반으로 전 세계의 모든 담론과 형식이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융합되고 있다”면서 이번 전시도 이를 조화롭게 구성했다고 말했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먼저 그림 속 한 선비가 한양에서 금강산까지 여행하는 미디어가 선보여진다. 한양과 금강산은 조선의 삶과 자연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혜원 신윤복은 한양의 내밀한 속내를 담아냈었고, 겸재 정선은 금강산의 진면목을 화폭에 구현했다. 재밌고 유쾌한 내용의 프로젝션 맵핑으로 담아낸 작품은 두 거장의 들어가는 여정을 담아냈다.

탁 연구원은 “원본과 미디어아트의 조화를 통해 젊은 세대가 옛 그림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박물관에서 개최된 ‘바람을 그리다 : 신윤복·정선’ 전(展)은 조선의 풍경과 풍속을 담은 작품들과 이를 모티브로 한 미디어아트 작품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됐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전시장 안쪽은 신윤복과 정선의 주요 작품 진본이 공개돼 있다. 특히 신윤복의 ‘혜원전신첩(국보 제135호)’ 원작 전체가 공개돼 ‘단오풍정’ ‘월하정인’ ‘쌍검대무’ 등 대표적인 작품들을 한 번에 만나볼 수 있다.

또한 ‘해악전신첩’은 정선이 금강산의 명승지들을 원숙한 솜씨로 사생한 최절정기의 작품으로 학술적, 예술적으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 보물지정이 예고돼 있다.

탁 연구원은 “두 거장은 조선의 ‘진경’, 즉 참된 모습을 서로 다른 관점과 시각으로 해석해 독자적인 화풍을 통해 보여줬다”며 “신윤복은 한양이라는 도시를 통해 당시 사람들의 사랑과 욕망을, 정선은 금강산을 통해 우리 산천의 아름다움을 표출했다”고 말했다.

특히 신윤복과 정선이 주요 장르와 표현방식은 다르지만, 두 거장이 지닌 예술적 독창성의 원천은 가장 우리다운 것이 무엇인지를 모색하고 탐구하는 과정에서 얻어졌다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신윤복은 풍속화와 초상화 뿐 아니라 산수화와 동물화도 몇 작품 전해진다. 정교한 필치와 다양한 색채를 사용해 당시 인물들의 외양과 정취를 실감나게 묘사했다.

▲ ‘바람을 그리다 : 신윤복·정선’ 전(展)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정선은 산수, 인물, 화조 등을 두루 잘 그렸는데, 특히 중국풍의 관념산수가 아닌 조선의 산천을 직접 사생한 진경산수화의 대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음양조화와 대비의 원리를 적용한 독특한 구도, 강경한 필선과 부드러운 먹의 적절한 운용 등을 통해 조선 산천의 외형뿐만 아니라 내면의 아름다움까지 형상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겸재 정선은 젊은 시절부터 노인이 되기까지 금강산을 꾸준히 그려 오늘날까지 그의 그림은 독보적인 미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탁 연구원은 “이번 전시는 ‘타임머신’과 같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잊혀진 전통을 다시 되살리는 최고의 방법은 옛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라며 “전통과의 단절이 심한데 신윤복과 정선을 통해 전통을 비유한다면 우리의 삶이 조금 더 여유로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탁 연구원은 “모차르트와 베토벤이 영원하듯 겸재 정선과 혜원 신윤복도 영원하다”며 “거장이신 이 두 분을 시작으로 김홍도 등 작가들의 옛 그림을 알려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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