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프로메테우스’관련 이미지. (제공: 이오-에디션)ⓒ천지일보(뉴스천지)

배우·무대장치 없이 80분 동안 진행
라삐율 연출 “관객, 각자의 연극 만들길”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배우·무대장치 없이 오로지 소리로만 듣는 실험적인 공연이 관객을 찾는다.

오디오극 암흑공연 ‘프로메테우스’가 오는 12월 19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영등포구 문래예술공장 박스씨어터 무대에 오른다. 공연은 동독 출신의 극작가 하이너 뮐러(Heiner Müller, 1929~1995)가 고대 그리스 비극 ‘결박된 프로메테우스’를 번역한 극본 ‘프로메테우스’를 원작으로 삼는다.

극의 내용은 이렇다. 그리스 신 티탄 족의 하나였던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을 너무 사랑했다. 그는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기 위해 신들의 전유물인 불을 사람들에게 줬다. 이를 알게 된 신들의 왕 ‘제우스’는 크게 분노하고 그를 코카서스 산에 묶어 벌을 준다. 한편 제우스의 아내 ‘헤라’의 질투로 암소로 변한 ‘이오’는 프로메테우스로부터 자신의 미래를 듣게 된다.

암흑공연을 표방하는 만큼 공연장 안에는 배우도 등장하지 않고 무대 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다. 관객은 컴컴한 객석에 들어가 앉아 80여분 동안 8개의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성을 듣게 된다.

연출진은 이번 공연을 위해 다양한 사람들에게 낭독을 요청했다. 프로메테우스의 대사는 점자 교사인 시각장애인이 손끝으로 점자를 더듬어 낭독했다. 연출진과 공공장소에서 마주친 익명의 여성들이 이오의 대사를 녹음했으며, 한국인 소설가·독일인 저널리스트·판소리 명창 등이 낭독에 참여했다.

공연을 기획한 라삐율 연출은 수많은 번역본 중 하이너 뮐러의 번역본으로 극을 준비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뮐러의 언어는 언제나 연극적 형식·태도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요구한다”며 “그는 ‘번역이 곧 자기 이름을 건 해석’이라는 등식을 거부하고, 언어를 정보전달의 기능으로만 보지 않고 감각적인 소리로 인식한다. 그렇기 때문에 뮐러의 번역본으로 실험적인 공연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연극적 상연·관객과 배우의 관계·연출의 존재를 제거하고 공연을 만들고 싶었다”며 “소리를 통해 관객이 각자의 연극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따라서 극의 대사는 자의적 표현·연기가 제해진 낭독 형식으로 전달된다”고 덧붙였다

▲ 공연‘프로메테우스’공식 포스터. (제공: 이오-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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