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포항 북구 흥해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자원봉사 지원본부에서 봉사하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습. 17일에도 이들의 봉사활동이 이어졌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대피처에 1600여명 자원봉사단 다녀가
적십자사·신천지 봉사단 등 헌신적 행보
구호품지원과 노약자 돌봄 등 현장지원

[천지일보=김빛이나, 남승우 기자] “우리 집도 엉망인데 우리 집은 나중에 치우면 되고 이웃이 먼저죠”

1797명의 이재민을 발생시킨 5.4 강진이 발생한 가운데 피해 지역인 경북 포항 흥해읍 흥해 실내체육관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서선희(63, 여)씨는 구호물품을 나르며 이같이 말했다. 대피소로 지정돼 이재민들이 거하는 흥해 실내체육관에는 본진 발생 후 3일차인 17일 오전부터 자원봉사자의 손길이 이어졌다.

포항시재난종합상황실에 따르면, 지진 발생 후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지진 피해 복구와 이재민 돕기에 나선 자원봉사자는 모두 1568명이었으며 이날도 404명이 봉사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흥해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자원봉사 지원본부에서는 포항시 자원봉사단, 경북자원봉사센터, 흥해읍 새마을부녀회 봉사단, 대한적십자 경북지사 봉사단 등 각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이재민에게 컵라면과 구호물품을 배급했다.

서씨는 “자원봉사자 중에는 밤을 새가며 일하는 분들도 계시고 모두가 따로 시간을 정해두고 하지는 않는 것 같다”며 “자원봉사자들도 모두 지진 피해자이지만 모두가 힘든 것을 아니까 힘내자고 서로를 격려하며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적십자 소속 김연희(56) 경상북도지사 흥해회장은 딸과 함께 봉사활동에 나왔다. 그는 “어떤 집은 물탱크가 터졌고 노후 주택 같은 경우에는 파손이 심각해 (피해 주민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었다”며 “우리 딸도 ‘집에 가만히 있기 그렇다’라며 봉사현장에 함께 나왔다”고 말했다.

포항시 자원봉사단 소속으로 30년 동안 봉사활동을 했다는 이계자(75, 여, 포항시 양학동)씨는 “많은 봉사를 했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 보게 됐다”면서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봤을 때 도와주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고 또 이렇게 도와주면 나도 나중에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도움 받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 신천지자원봉사단이 17일 경북 포항 흥해읍 흥해 실내체육관에서 구호물품을 나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노란 조끼를 입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신천지자원봉사단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구호품을 나르고, 쓰레기 청소와 주방봉사 등 전날부터 봉사활동을 이어왔다고 했다.

한쪽 다리가 없어 빈자리를 찾기가 어려웠던 주민 유창동(70, 남)씨는 자원봉사단의 도움으로 잠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유씨는 “무척 기쁘고 이만치 신경 써준다는 거에 대해서 너무 감사하다”며 “다들 자기 나름대로 주어진 임무가 있겠지만, (내게는 신천지 자원봉사단이) 특별히 더 잘 맞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포항 한동로 주택에 거주하며 지진 피해를 입은 이인애(65, 여)씨는 “먹을 것 잘 갖다 주고 쓰레기 잘 치워주고 질서 있게 잘해줬다”며 자원봉사단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이명자 신천지자원봉사단 핑크보자기팀 팀장은 “연세 많으신 분들이 많다”며 “정말로 필요한 노인분들에게 일일이 상담해서 물건 갖다드렸으면 좋겠다. 정말 물건 필요한 거 못 받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 잠자리가 불편해보이던 어르신의 잠자리를 보살펴드리고 오늘 아침에 얼굴을 보러갔더니 웃으며 맞아주셨다”며 “그 얼굴을 보니 정말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권경옥(63) 포항시자원봉사센터 소장은 “봉사단체도 너무 많고 할일도 공무원보다 더 바쁜 거 같아서 힘들지만 기분은 굉장히 좋다”며 “주민에게 힘이 돼야 하니까, 다들 사실 예민하다. 무조건 맞춰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봉사단은 식사와 취침, 세면 등 이재민의 기본적인 생활을 돕고 있다. 권 소장은 “봉사단은 우리가 정해서 지정한 봉사를 하게 되는데, 읍면동까지 다 조사해서 파악하면 봉사자를 요청하려 한다”며 “신천지 자원봉사자는 자원해서 와서 봉사를 했다”고 밝혔다.

▲ 신천지자원봉사단이 17일 경북 포항 흥해읍 흥해 실내체육관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한편 체육관에는 이재민들을 돕기 위한 구호물품도 전국에서 속속 도착했다. 해병대1사단은 지진 피해 주민들을 위해 야전침대 500개와 모포 500장을 보내왔고, 지난해 지진 피해를 입은 경주시는 구호매트 1000개를 보냈다.

포스코는 침낭 400개, 도시락 520개 등을 지원했다. 수원시 중국음식점 업주들로 이뤄진 ‘사랑의 밥차’는 이재민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컵라면과 생수, 즉석밥, 김치 물티슈 등 800인분을 지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