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경기장 안전사고와 각국 대표팀과 취재진 상대 범죄 등 사건ㆍ사고가 잇따르자 남아공 당국이 보안 강화에 고심하고 있다.
당초 치안 불안으로 월드컵 성공 개최에 대한 우려가 컸던 남아공은 대회를 불과 닷새 남짓 남겨둔 현재도 곳곳에서 치안에 허점을 드러내 안팎의 우려를 사고 있다.

지난 6일 나이지리아와 북한이 평가전을 치른 요하네스버그 마쿨롱 스타디움에서는 경찰이 갑자기 몰려든 인파를 통제하지 못해 14명이 다쳤고, 지난달 28일에는 콜롬비아 대표팀이 머물던 요하네스버그의 호텔 종업원이 훈련 시간을 틈타 선수단의 돈을 훔친 사건이 발생했다.

테러와 관련해서도 최근 극우 무장세력이 월드컵 직전 흑인 밀집지역을 폭파하겠다고 위협했고 지난달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육군 대령이 알-카에다와 남아공 월드컵에 대한 테러 공모 혐의로 이라크에서 체포되기도 했다.

한국 취재진들의 피해도 속속 보고되고 있다.

MBC 시사 프로그램 `W'의 한 프리랜서 PD는 최근 요하네스버그의 한 건물 화장실에서 괴한에게 목이 졸려 기절한 사이 돈과 여권을 빼앗기는 아찔한 상황을 겪었고, SBS 교양국 PD는 탑승 중이던 차가 신호대기로 잠깐 멈춘 새 창문을 깨고 물건을 빼앗으려는 괴한의 습격을 받았다가 간신히 벗어났다.

한 일간지 기자는 더반에서 금속 탐지기까지 설치하고 경비원이 출입자를 통제하는 비교적 안전한 식당에서 지갑을 소매치기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아공 당국은 피해사례가 잇따르자 경기장 등 주요 시설의 보안을 강화하는 등 대응 마련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오는 11일 남아공과 멕시코의 개막전이 열리는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와 프랑스와 우루과이전이 벌어질 케이프타운 그린포인트 스타디움에는 폭발물 처리반과 사복경찰을 포함한 수천명의 경찰 인력이 투입돼 삼엄한 경계를 펼칠 방침이다.

군 병력과 관련 응급치료팀도 화학 테러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회기간 주요 경기장 등에서 대기 태세를 갖춘다.

남아공 정부와 각 참가국에서 파견된 경찰과의 공조도 강화한다. 이미 세계 27개국에서 파견된 `훌리건 전문' 경찰 인력이 현지에 도착, 대회 기간 경기장 안팎의 치안 유지에 한몫을 보탤 예정이다.

조직적인 훌리건 활동으로 악명높은 아르헨티나는 최근 800명의 훌리건 명단을 남아공 당국에 전달했으며 남아공 당국은 이를 바탕으로 7일 현재까지 경기장 폭력 전과가 있는 훌리건 7명을 요하네스버그 공항에 억류 중이다.

현지 전문가들은 하루아침에 범죄를 근절할 수는 없지만 상당 부분 치안 상황이 개선됐으며 비교적 심각한 범죄들은 빈민가 등 일정 지역에 한정돼 있다고 주장한다.

치안전문가인 요한 버거 남아공 안보연구소 연구원은 "남아공 정부는 월드컵 개최가 결정된 이후 `범죄의 온상'이라는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최근 7년간 6만명의 경찰력을 증원하는 등 모든 노력을 기울였고 실제 상당한 성과를 얻었다"며 "테러 위협은 국제적인 스포츠 이벤트가 열릴 때마다 반복돼왔으며 실질적으로 남아공 월드컵이 테러집단의 표적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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