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엄마 신드롬’을 일으켰던 베스트셀러 <엄마를 부탁해>가 출간된 지 1년 반이 훌쩍 지났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의 주제어는 ‘청춘(靑春)’이다. 이번 작품 역시 ‘신경숙 소설’답다. 무덤덤한 고뇌를 조용히 털어놓으면서도, 노을처럼 번지는 따뜻한 치유와 사랑을 잊지 않는다.

신 씨는 고뇌하는 청춘들을 위해 이 소설을 썼다고 전한다.

“90년대 이후 일본작가들의 소설이 청년기 사랑의 열병과 성장통을 대변하는 것을 보며 뭔가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한국어를 쓰는 작가로서 우리말로 쓰인 아름답고 품격 있는 청춘 소설이 있었으면 했습니다. …최대한 지금 청춘을 통과하는 젊은 영혼들의 노트를 들여다보듯 그들 마음 가까이 가보려 합니다.”

소설에는 네 청년이 등장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주인공인 윤과 그의 남자친구 명서를 중심으로 정윤의 고향친구인 단이와 명서의 어린 시절 친구 미루가 열병 같은 환희와 고통의 순간들을 밟으며 성장해 간다.

엄마를 병으로 잃은 후 삶이 무기력해진 윤은 수업에서 알게 된 명서와 미루를 통해 남겨진 사람이 감내해야 할 상처를 공유하면서 내적인 치유의 흔적을 느껴간다. 낭만이 가득해야 할 캠퍼스는 최루탄의 뿌연 연기에 뒤섞인 우울만 가득하지만, 청춘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불안한 희망을 키워나간다.

서로의 상처를 마주하면서 미루는 윤에게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다. 윤은 미루의 모든 것이었던 친언니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후 미루 바로 앞에서 분신자살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동안 충격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했던 미루는 윤을 만난 후 안정을 찾아가지만 결국 언니의 부재를 잊지 못하고 죽음을 맞는다. 군대에 간 단이마저 의문사를 당하자 윤과 명서는 급격히 무너지고 결국 이별을 하게 된다.

신 씨는 소설이 달랠 길 없는 불안과 고독의 순간들을 어루만지는, 잡고 싶은 손 같은 작품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멀어져가는 가까운 사람들을 보내주는 마음이 읽혔으면 좋겠고, 슬픔에 빠진 사람들을 위로하려는 나의 마음이 전달되었으면 합니다. …어떤 과정을 거치든 완성된 후에는 쓰는 나와 읽는 당신께 작은 치유와 성장의 시간이 마련됐으면 합니다.”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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