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용 서울 심포니오케스트라 대표

“종이 울리네 꽃이 피네 새들의 노래 웃는 그 얼굴 /그리워라 내 사랑아 내 곁을 떠나지 마오 /처음 만나서 사랑을 맺은 정다운 거리 마음의 거리 /아름다운 서울에서 서울에서 살으렵니다.”

1969년에 발표돼 공전의 히트를 한 패티김의 노래 <서울의 찬가>이다. 작곡가 길옥윤 씨가 작사까지 한 이 노래는 과거 서울에서 큰 행사가 열릴 때마다 행사의 말미를 장식하곤 했을 정도로 서울을 대표하는 노래였다. 힘차게 도약하는 서울의 밝은 면을 잘 묘사한 가사에다 흥겨운 가락이 잘 어울리는 명편이다. 패티김, 길옥윤 콤비는 이 노래 말고도 서울찬가를 여러 개 남겼다.

“희망의 새아침이 밝아 오며는 /발걸음 가벼운 태양의 거리 /푸르른 하늘을 쳐다보면서 /오늘도 그대와 둘이서 /그리운 서울 정다운 마음 /반짝이는 눈동자 /그리운 서울 불타는 가슴 /언제 언제까지나”

역시 두 콤비가 만든 이 <서울의 모정>은 남산, 명동거리, 한강 등 아름다운 명소를 잘 부각시켜 서정적으로 그림으로써 삭막한 서울을 낭만의 도시로 승화시켰다.

서울을 소재로 한 곡은 사실 부지기수다. 청계천문화관이 얼마 전 근대이후 대중가요를 분석한 결과 서울을 주제로 한 노래는 모두 1141곡인 것으로 집계됐다. 가수별로 보면 서울송을 부른 가수는 모두 710명인데 이 중 이미자, 나훈아가 각각 14곡으로 가장 많이 불렀다.

작곡가별로는 박춘석(22곡), 작사가로는 반야월(31곡)이 가장 많이 만들었다. 노래 제목 중 544곡이 ‘서울’을 제목에 넣었고, 명동(85곡), 한강(70곡), 서울역(55곡), 남산(40곡) 등을 제목으로 사용했다.

서울송 가운데 대표곡들만을 잠깐 훑어보면 <서울 명물(1935, 강홍식)> <서울노래(1934, 최규엽)> <울어라 은방울(1948, 장세정)> <럭키서울(1949, 현인)> <명동의 그림자(1956, 박경원)> <단장의 미아리고개(1957, 이해연)> <돌아가는 삼각지(1967, 배호)> 등이 있다.

좀 뒤의 곡으로는 조용필의 <서울 서울 서울>, 이용의 <서울>,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 주현미의 <비내리는 영동교>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가장 관심을 모았던 서울시장선거에서 여야 후보들 간에 ‘서울의 이미지’를 놓고 꽤 격한 대립이 있었다. 야당후보들은 디자인 혁신에 행정력을 집중했던 오세훈 후보에 대해 서울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치중하기보다 겉모습 단장에만 신경을 썼다며 ‘겉치레 시장’이라 비판했다.

이에 오 후보는 “서울의 모습을 환골탈태한 결과 경쟁력이 올라가고 관광객이 급증했다”고 반박했다. 양측 다 일리가 있는 이야기다. 오 후보 측은 특히 중국사회과학원의 도시경쟁력 순위를 근거로 지난 4년간 서울의 도시경쟁력이 27위에서 15단계나 오른 12위를 기록한 점을 내세웠다.

하지만 도시의 모습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들여다봐야 제대로 측정이 가능하다. 단순한 경쟁력만을 잣대로 들이 댈 수도 있지만 ‘도시민의 삶의 질’을 엄밀하게 따져보는 게 더 적확한 진단이 될 수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신뢰할 만한 지수가 영국에 본부를 둔 국제컨설팅업체 머서(Mercer)가 매년 내놓는 ‘삶의 질’ 순위다.

머서는 해외주재관의 체제비 등을 산정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치·사회, 경제, 문화, 의료·보건, 교육, 공공서비스, 여가, 소비생활, 주택, 자연환경 등을 기준으로 삶의 질을 평가한다.

이 결과에 따르면 서울은 2006년에 전세계 220여 도시 중 중위권인 89위를 기록했다가 87위(2007), 86위(2008), 83위(2009), 그리고 올해엔 81위를 차지하는 등 매년 약간씩 상승했다.

하지만 싱가포르(28위), 도쿄(40위), 고베, 요코하마(각 41위), 홍콩(71위) 등 여타 아시아 도시들에 비하면 여전히 하위권이다. 비엔나, 취리히, 제네바가 1~3위를 차지했다.

머서의 계측대로 도시의 질은 사람살기에 과연 편하고 행복한가를 기준으로 평가돼야 한다면 서울은 아직 ‘찬가’를 부르기에는 뭔가 부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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