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성교회 당회는 최근 김삼환 원로목사의 아들 김하나(새노래명성교회) 목사를 담임으로 청빙하는 안을 서울동남노회에 제출, 통과시켜 세습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변칙세습 논란을 사고 있는 명성교회 전경. ⓒ천지일보(뉴스천지)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청빙 무효”
안대환 목사 ‘효력정지가처분’ 소송

헌금 위원장직 사퇴한 차현배 장로
“세습 강행 행태 너무 실망스럽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명성교회 세습 논란이 결국 법정 다툼으로 번졌다. 명성교회(유경종 임시당회장)가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서울동남노회에 청원했던 ‘김하나 목사 청빙안’을 둘러싸고 내부 갈등이 격화됐다. 합의점을 찾지 못한 가운데 서울동남노회 회원인 안대환 목사(하늘샘교회)가 개인 자격으로 노회결의효력정지가처분을 낸 것이다.

‘서울동남노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안대환 목사는 지난 30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 ‘서울동남노회결의효력정지가처분’ 소송을 신청했다. 안 목사는 24일 열린 서울동남노회 제73회 정기회에서 결의된 7개 안건이 총회법과 노회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연직 회장으로 추대되는 부노회장 김수원 목사의 자격을 문제삼아 회장 승계를 반대한 것과 노회 신임 임원선거,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청빙안 등 7개 항목이다. 일부 임원과 회원들의 주도로 ‘김하나 목사 청빙안’이 강행 처리되면서 명성교회 세습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정족수 미달, 서울동남노회 결의 전면 무효”

법정소송을 제기한 안대환 목사는 “서울동남노회 재적 451명 중 167명만 남은 상황에서 처리된 동남노회 결의 사항은 정족수 미달로 모두 무효”라고 밝혔다. 노회 규칙 제41조에는 ‘재적 과반수 출석으로 개회하고 출석 과반수로 의결한다’고 명시돼 있다.

비대위는 정족수 미달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임원을 선출한 후 김하나 목사의 청빙안을 통과시켰다고 비판했다. 이는 헌법 75조와 노회 규칙 8조 등 임원선거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대위원장 김수원 목사(전 목사부노회장)는 “노회의 권위는 바른 결의를 통해 나타난다. 법이 무시되고 절차가 사라진 비정상을 정상으로 회복해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총회 헌법위원회는 교단의 세습방지법이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명성교회 청원안이 통과된 것은 총회 헌법을 배척하는 행위”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비대위는 교단법으로도 서울동남노회 결의 무효 소송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파문은 더욱 확산하는 모양새다.

▲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와 새노래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출처: 홈페이지 캡처)

◆‘자필’ 없는 김하나 목사 사임서 의혹 증폭

명성교회 세습 논란의 중심에 섰던 김삼환 원로목사가 지난 29일 추수감사예배에서 세습 강행 의지를 보여 내부 갈등도 커지고 있다. 김 원로목사는 교인들에게 아들 김하나 목사의 청빙청원안이 노회에서 통과됐다고 했다. 김 원로목사의 이 같은 발언이 세습 강행의지로 비치면서 우려를 낳았다.

헌금 2부 위원장으로 사역했던 차현배 장로는 전날(28일) 명성교회 일련의 사태와 관련 “(서울동남노회가) 법에 따라 당연직으로 승계되는 노회장을 불법적으로 갈아치우면서까지 세습시키려는 그 행태가 너무도 실망스럽다”고 분노했다. 이어 “(김삼환) 목사가 아름다운 퇴장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시기를 간절히 기도했지만, 이제는 그런 기대를 포기해야겠다”며 헌금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이런 가운데 ‘자필서명’이 들어가지 않은 김하나 목사 사임서를 둘러싸고 일각에서 사문서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김하나 목사가 지난 26일 서울동남노회에 사임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그러나 29일 새노래명성교회 단상에 올라 설교를 한 김하나 목사는 사임과 관련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평소 때와 같이 설교를 했다. 김 목사의 사임서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느 누군가에 의해 작성됐을 경우, 또 다른 파장이 일수도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동남노회는 김하나 사임과 자필서명 의혹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물고 있어, 세습 논란 또한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한편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와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등 개신교 시민단체들은 최근 잇따라 성명과 기자회견을 통해 명성교회 세습을 비판하고 있다. 기윤실은 서울동남노회 결의에 대해 “명성교회 김삼환·김하나 세습을 반대한다. 명성교회 측 일부 노회원들이 강행한 결의는 불법이고 무효”라고 규탄했다.

세반연 공동대표 김동호 목사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세습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심지어 “명성교회는 더 이상 하나님의 교회가 아니다” “사탄의 꼬임 수에 넘어갔다” 등의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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