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신대 명예교수 김경재 목사. ⓒ천지일보(뉴스천지)DB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오는 10월 31일은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일이다. 한국교회는 지난해부터 다양한 모양으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행사를 진행하며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신학자나 목회자나 한국교회의 현실을 토로만 할 뿐 답을 얻지는 못하는 듯하다. 

지난 27일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해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은 한신대 명예교수인 김경재 목사를 초청해 좌담을 진행했다. 그는 무려 60년간 신학을 연구한 저명한 진보신학자다. 

이날 김 목사는 자신과 교계를 향해 솔직한 심경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김 목사는 “하나님 공부를 60년 했는데, 너무 높아서 무신론자가 될 지경”이라고 고백했다. 이어 교계 목회자들의 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하며 자성을 촉구했다. 

사실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자질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목회자가 전문직 성범죄 1위에 오를 만큼 성추행은 만연돼 있고 학위장사, 공금횡령, 교회세습, 헌금강요 등 온갖 추문의 주인공(?)은 물론 사기, 절도 심지어 살인의 피의자로 사회면을 장식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거기에 김 목사의 고백처럼 성경에 무지한 목회자들 또한 ‘가나안(안 나가) 성도’를 증가 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술 더해 ‘하나님의 영광’을 빙자해 ‘목사의 면’을 세우고자 너도나도 앞다퉈 교회 건축에 매달리면서 교회마다 빚은 눈덩이처럼 늘어나 야반도주하는 목회자 수도 적지 않다. 교인은 줄고 교회와 목사는 늘어 먹고 살기 어려워진 데다 목회자들 추문까지 이어지는 한국교회의 총체적 난국이 김 목사는 참으로 답답했을 것이다. 

500년 전 종교개혁을 주도한 마틴 루터는 아무도 범접하지 못했던 교황과 가톨릭교회를 향해 성경에 비춰 잘 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자성을 촉구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개혁에 나선 계기가 된 것이 바로 교회 건축을 위해 걷어내는 면죄부였다. 면죄부는 ‘헌금함에 땡그랑 소리가 날 때 죽은 영혼이 천국으로 인도 된다’며 죽은 사람에게까지 헌금을 걷어낸 사실상 대국민 사기극이었다. 그러나 무지한 성도들은 교황의 뜻은 곧 하나님 뜻이라 믿고 순종했으며, 교회 지도자들은 이런 심리를 악용했다. 

오늘날 김 목사를 비롯한 몇몇 지도자들이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실태를 보고 한탄하며 변화를 촉구하는 것은 한편으론 다행스럽다. 그러나 김 목사도 ‘모른다’고 고백했듯이 정말 다급한 것은 목회자들이 자신을 따르는 교인들을 위해 성경을 제대로 알고 가르치는 것이다.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면 둘 다 구덩이에 빠지는 법이다. 교인을 천국으로 인도한다는 목회자들부터 성경의 참 뜻을 알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낮아져야 살 수 있음을 성경은 경고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 목회자들부터 말씀 앞에 모든 것을 내려놓을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자성과 변화를 촉구한 김 목사의 외침 또한 실체 없는 메아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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