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유리정원’ 문근영. (제공: 리틀빅픽쳐스)

‘유리정원’ 따듯하고 위로하는 영화
관객의 공감사는 데 중점 두고 표현

극단적으로 치닫는 연기할 때
머리보단 직감적으로 먼저 느껴

어떤 배우로 살지 답 찾은 듯
‘더 멋지게 살자’는 생각 내려놔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나는 말이야. 나무가 될꺼야”를 외치며 초롱초롱한 눈에서 눈물 한방울을 떨어뜨리던 문근영이 어느덧 30살이 됐다. 데뷔 18년 차인 그는 ‘국민 여동생’이라는 타이틀을 벗고, 나이와 경력만큼 성숙해졌다. 급성구획증후군을 겪으며 육체의 아픔도 느껴봤다. 그런 그가 ‘사도(2015년)’ 이후 2년 만에 원톱 주연의 영화 ‘유리정원(신수원 감독)’으로 대중에게 돌아왔다.

영화 ‘유리정원’은 홀로 숲속의 유리정원에서 엽록체를 이용한 인공혈액을 연구하는 과학도를 훔쳐보며 초록의 피가 흐르는 여인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무명작가의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세상에 밝혀지게 되는 충격적인 비밀을 다루는 미스터리 드라마다.

미스터리한 과학도 ‘재연’ 역으로 분한 문근영은 슬픔과 분노, 열망 등 다양한 감정들이 뒤섞인 복잡한 인물의 심리를 표현한다.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문근영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언론시사회 때 영화를 봤는데 그땐 치유 받는 느낌이었어요. ‘유리정원’이 상처만 담은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그날은 위로하는 영화라고 생각이 들었죠. 따뜻했어요. 누군가 말없이 토닥토닥 해주는 느낌이었어요.”

▲ 영화 ‘유리정원’ 문근영. (제공: 리틀빅픽쳐스)

언론시사회 기자회견에서 문근영은 영화를 본 직후 눈물을 흘린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문근영은 “누구나 손을 내밀어줬으면 하는 순간이 있지 않으냐”며 “앞으로 가는 길이 외롭고, 상처 속에서 살아갈 수 있다. 그래도 언젠가 어떤 순간에라도 나한테 따뜻함을 줄 순간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위안이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유리정원’처럼 장애를 가졌으며, 집착어린 광기 있는 역은 처음이다. 문근영은 “제 기준에서 보면 크게 다르거나 특별한 의미가 있어서 작품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늘 그랬듯 제가 재밌고, 잘하고 싶은 캐릭터를 선택했던 것”이라며 “시나리오를 처음 읽을 때는 출연 여부를 생각하지 않고 있는데 읽는 순간 전체적인 분위기도 좋았지만 ‘재연’이 무슨 마음인지 알겠더라. 그래서 해보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극단적인 감정으로 치닫는 재연을 연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문근영은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그럼에도 해소되지 않는 부분은 감독님에게 질문하고 이야기하면서 머리로도 이해하는 과정을 거쳤다”며 “숲에서 보낸 시간이 길었고, 거기서 느낀 감정들이 생각보다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문근영은 재연의 감정을 관객에게 이해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

▲ 영화 ‘유리정원’ 문근영. (제공: 리틀빅픽쳐스)

“보는 사람들이 이해하고 공감하도록 노력했어요. 타인에게 공감을 얻으려면 그 사람의 방식도 존중해야 하는데 내가 어느 정도까지 전달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적절한 선을 연기하는 건 어떤 배역이든 어렵죠. 재연을 연기할 땐 더 신경 썼어요.”

게다가 재연은 어릴 적부터 한쪽 다리가 자라지 않는 장애를 갖고 있다. 문근영은 “다리를 저는 연기를 준비할 때 조심스러웠다. 재연이 가진 상황 중 하나니까 너무 눈에 띄지도, 안 띄지도 않게 적절해야 했다”며 “주변에서 많이 도움 주시고 조언해주셨다. 몸에 익히도록 연습했다”고 설명했다.

세상에 상처 받고 숲의 유리정원으로 숨어버린 재연처럼 문근영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신만의 공간으로 들어간다. 그는 “저는 스트레스 받으면 항상 혼자 집에서 가만히 감정을 풀어내거나 가라앉히고 생각을 정리하는 것 같다”며 힘든 점에 대해선 “사람들과 지내는 부분이 가장 힘든 것 같다. 일에서 힘든 건 당연한 문제지만 사람과 지낼 때 서로 상처를 주고 받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느낀다”고 전했다.

재연처럼 집착하는 게 있냐는 질문에 문근영은 “청소에 집착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엄청 깨끗한 편은 아닌데 바닥에 먼지가 있는 것을 못 견딘다”며 “집에 있으면 매일 청소기를 달고 산다. 그래서 움직이면 먼지가 생기니까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아픈 만큼 성장한 것일까. 문근영은 인터뷰 내내 여유롭고 평안한 미소를 보였다.

“조금 마음이 편해진 것 같아요. 지금까지 했던 어떤 고민의 답을 찾은 느낌이에요.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생각해요. 더 멀리 보면 그런 고민도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죠. ‘더 멋지게 잘 살아야지’ 하는 집착 아닌 집착을 내려놓고 생각하니 편해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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