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파란나라’ 2016년 초연 모습 (제공: 서울문화재단) ⓒ천지일보(뉴스천지)

美 고등학교 실험에서 모티브 얻어
청소년 문제에서 사회문제로 확장
공모 당선된 시민 103명 대거 참여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여성 혐오·남성 혐오 등 타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혐오가 넘쳐나는 현대의 모습을 꼬집는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

지난해 초연된 연극 ‘파란나라’가 오는 11월 2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된다.

연극은 1967년 미국 캘리포니아 큐버리 고등학교에서 5일간 시행된 ‘제3의 물결’ 실험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역사 교사 론 존스는 독일의 나치즘과 유대인 학살 대해 수업하던 중 한 학생에게 “나치는 10%에 불과했는데 90%의 독일 시민들은 왜 나치를 막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질문에 말로 설명하기 어려움을 느낀 교사는 교실에 앉은 30명의 학생에게 “환상적인 실험을 하자”고 제안했다.

교사는 ‘파도’라는 가상의 집단을 만들고 학생들을 파도 회원으로 임명했다. 그는 ‘규율·공동체·행동·긍지를 통한 힘’을 강조하고, 학생들이 파도에 소속감을 느끼며 집단을 위한 자발적 헌신을 하게 만들었다.

학생들은 집단이 주는 소속감에 푹 빠져들었고, 실험 3일 만에 파도 회원은 200명으로 불어났다. 이들은 실험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학생들을 교사에게 고자질하고, 나아가 더 많은 학생을 집단으로 소속시키기 위해 회유·협박하는 등의 모습도 보였다. 교사는 이 실험을 통해 민주사회도 파시즘의 유혹에 노출돼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작품을 만든 김수정 연출은 극의 배경을 1967년의 큐버리 고등학교에서 현대의 대한민국 일반 고등학교로 설정했다. 작품은 그 어떤 것으로도 차별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시작한 ‘파란혁명’이 학생들과 교사를 어떻게 바꾸는지를 보여준다.

작년 초연 당시 작품은 일반 고등학교 교실에서 벌어지는 집단주의에 초점을 맞췄다. 배우들은 학교현장 취재를 하고, 일반 학생들과 협업 워크숍·토론회를 가져 경쟁시스템에 빠진 현대 한국 학교의 모습을 담고자 노력했다.

1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게 된 ‘파란나라’는 교육현장을 넘어서 현대 한국사회를 조망할 예정이다. 제작진은 “현재 한국 사회에 나타나는 근본주의와 타자에 대한 폭력·혐오문제에 방점을 뒀다”며 “주제를 사회적 존재로서 집단과 개인 사이의 불안으로 확장 시켰다”고 밝혔다.

작품이 다룬 문제가 청소년 문제에서 사회 문제로 확장된 것에 비례해 이번 재공연 무대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배우들이 등장한다. 14명의 고등학생을 포함해, 공고를 통해 모집된 103명의 시민이 공연에 출연할 예정이다.

▲ 연극 ‘파란나라’ 포스터 (제공: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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