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불참으로 ‘반쪽짜리 행사’로 전락
“만찬에 노동계가 다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
“노정, 국정 파트너 관계 복원 시급한 과제”
메뉴는 청계천 노동의 상징 추어탕·콩나물밥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다. 노동계와 정부 사이에 국정 파트너로서의 관계를 복원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라고 24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노동계 대표와의 청와대 초청 만찬 자리에서 “지난 10년 정도 우리 노동은 아주 소외되고 배제됐으며 국정 파트너로 인정받지 못했고 노동정책이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돼 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새 정부는 우리 사회를 비정상적으로 만든 적폐를 청산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자는 것을 최우선 국정 목표로 삼고 있다”며 “이를 위해 했던 공약들을 전부 다 지킬 수는 없겠지만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노동 분야도 마찬가지로 새 정부의 국정 목표는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라며 “그것을 위해서도 많은 정책 공약들을 했는데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겠지만 노동부가 함께 해야만 해낼 수 있고, 노동계가 함께 해주면 훨씬 많이 해낼 수 있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노동계의 협조와 협력을 당부했다.
그는 “노동계와 정부가 입장은 달라도 어떤 큰 목표는 같이 하고 있다고 본다”며 “정부는 노동계와 함께 하고 협력을 얻어야만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라는 국정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고 했다.
끝으로 문 대통령은 “오늘 이 만남은 노정이 국정의 파트너로서 관계를 회복하는 아주 중요한 출발이 될 것”이라며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 만들 수 있게 함께 노력해 나가자는 당부 말씀을 드린다”며 인사말을 마무리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대한민국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행복해야 대한민국이 행복하다”면서 “한국노총은 그 길에 동참해서 대한민국이 한 단계 더 성숙하고 앞으로 나아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2019년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건국, 임시정부 설립 100주년, 국제노동기구(ILO) 100주년이다. 2019년엔 좀 더 대한민국이 지속가능한 사회로 가는 큰 의견들이 모아졌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덧붙였다.
이후 건배사를 제안받은 김 위원장은 “노동자가 발전해야 대한민국이 발전한다. 한편으론 노총이 발전해야 대통령도 발전한다. 그러면 제가 ‘노발’하면 ‘대발’해 달라”며 건배사를 외쳤다.
김 위원장은 “노발대발은 ‘노동자가 발전해야 대한민국이 발전한다’, 한편으로는 ‘노총이 발전해야 대통령도 발전한다’는 뜻”이라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설명을 듣고 크게 웃었다.
이날 건배주는 전북 고창의 복분자로 만든 술인 ‘선운’이었다. 만찬의 메인메뉴는 추어탕이었다. 추어탕은 청계천 옆에서 80년 넘게 운영돼 온 용금옥 식당에서 ‘공수’됐다. 전태일 열사가 즐겨 먹은 것으로 알려진 콩나물밥도 식탁에 올랐다.
공식 만찬에 앞서 문 대통령은 본관 접견실에서 오후 5시 30분부터 45분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빠진 채 한국노총 김주영 위원장, 박대수 부위원장, 이성경 사무총장 등 한국노총 지도부와 비공개 환담을 했다.
청와대 본관 접견실은 정상급 외빈 접견에 주로 사용되는 곳으로 노동계 예우 차원으로 이 장소를 택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비공개 환담에서는 ‘평창의 고요한 아침’이라는 이름의 차를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는 평창동계올림픽을 홍보하기 위해 평창의 수국과 동서양의 허브 꿀을 섞어 만들었다. 장하성 정책실장은 노사의 갈등과 반목을 없애고 더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자는 뜻이 담겼다고 차에 담긴 의미를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VIP가 오면 선물용으로 주려고 만들었는데 저도 오늘 처음 맛봤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민주노총 지도부가 만찬에 불참한 데 대해 “노동계가 다 함께 하지 못해서 아쉽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돌연 만찬 불참을 통보했다.
민주노총은 “청와대가 산별노조와 사업장을 개별적으로 초청했다. 우리와 논의를 거치지 않은 행위는 조직체계와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여서 불참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내 최대 노동조직인 민주노총이 일방적으로 불참을 통보하면서 문 대통령과 노동계의 첫 만남이 반쪽 행사로 전락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