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택시 승차장에서 손님들이 택시를 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사납금만 매일 12~16만원”
“‘택시발전법’이 부추긴 꼴”
노조 “사납금 올릴 수밖에”

[천지일보=김빛이나·남승우 기자] “하루 종일 벌어도 12~16만원씩 매일 회사에 사납금으로 내고 나면 한 달 수입 중 절반 이상은 회사가 가져가는 꼴이죠. 노조가 있으면 뭘 합니까. 오히려 노조가 회사를 대변할 뿐 아무 소용도 없습니다.”

16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서부에서 만난 택시기사 구창모(59, 남, 서울시 양천구 목동)씨는 걱정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최근 전북 전주시청 앞 택시운전사 고공 농성으로 택시 사납금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제도 보완에 대한 목소리가 나왔다.

사납금이란 택시기사들이 매일 회사에 납부하는 일정 금액을 말한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와 기본급을 합친 금액이 택시기사의 순수익인 셈이다.

구씨는 “2교대를 하며 하루에 12시간, 한 달 26일 만근을 채워야 고작 120만원 남짓한 기본급을 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우리 회사의 경우 26일을 모두 채우는 사람들은 60%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본급을 제외하고 하루 평균 수입 중 12~16만원은 매일 회사에 사납금으로 내는데 한 달 26일을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회사는 수입의 절반 이상을 가져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1997년 도입된 운수사업법 21조에서는 ‘택시회사는 월급제(전액관리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사실상 현재 거둬들여지는 사납금은 불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업장의 임금관련 사항은 노사협의를 통해 이뤄지고 있어 정부가 개입하기 힘든 실정이다.

구씨는 택시 운전사의 파업이 큰 이슈가 되지 못하는 이유를 말하면서 택시 노조가 회사의 입장을 대변해 사납금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버스, 지하철과는 다르게 택시가 운행을 중단하고 파업을 한다고 해서 불편을 겪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택시 노조의 상당수가 회사에 친화적인 ‘어용노조’이기 때문에 택시기사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택시기사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투쟁할 수 있는 수단이 부족하다”며 “비단 노조만 아니라 기사들 간에도 결속력이 약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난 2014년 1월28일에 제정돼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이른바 택시발전법이 오히려 사납금만 부추기는 꼴이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택시발전법) 제12조 1항(운송비용 전가 금지 등)에는 택시운송사업자는 택시구입비, 유류비, 세차비 등 택시의 구입 및 운행에 드는 비용을 택시운수종사자에게 부담시킬 수 없다고 명시 돼 있다. 이 때문에 차량 보수·유지비 등 회사가 부담해야 할 금액이 커지다보니 이를 사납금 인상으로 충당하는 회사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구씨는 “회사에서 월급이 조금 오르긴 했는데 사납금도 같이 올랐다”며 “월급이 오른다는 건 무용지물이 돼버렸다. 말만 조금 바뀌었을 뿐 제도적 실효성은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전국택시노동조합은 택시기사가 사납금 제도에 대한 개념을 잘 모르기 때문에 사납금제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택시기사들의 임금 제도는 정액사납금제, 성과급제, 전액관리제 이렇게 세 가지로 나뉜다”며 “요즘 기사들 사이에서 사납금 때문에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근본적인 이유는 사납금에 대한 이해가 안 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가 운송비용 등 기존에 기사들이 감당해내던 비용을 대신 부담하다보니 힘들어지는 게 당연하다”며 “회사도 재정적으로 유지하고 버티기 위해서 사납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20년 전 만들어진 법대로 사납금을 폐지하고 택시 전액관리제와 완전월급제 시행을 요구하며 지난달 4일부터 고공농성에 들어간 전주 택시노동자 김재주(55, 전주택시지부장)씨가 농성 43일째를 맞고 있다. 김씨의 농성은 2013년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 1997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으로 매일 회사에 내야 하는 ‘사납금’은 폐지됐다. 하지만 일 단위의 사납금은 월 단위의 ‘기준금’으로 이름만 바뀌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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