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유럽연합(EU)이 회원국들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난 13일 이란과의 핵 합의 ‘불인정’ 선언과 관련해 합의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16일 회원국들과 이사회를 가진 EU는 앞서 합의 이행을 촉구한 영국 프랑스 독일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이날 EU는 룩셈부르크에서 외교이사회를 열어 회원국들의 이 같은 의견을 모아 입장을 발표했다고 AP·AFP통신과 연합뉴스 등이 보도했다. EU는 “추가 조치를 취하기 전에 이란 핵 합의가 미국과 파트너 국가, 지역 안보와 관련해 갖는 의미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EU는 핵합의를 통해 이란 측에 내려진 제재 해제가 현재 이란 국민에게 혜택을 주고 이란과의 무역 및 경제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란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대화를 지속하게 해주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EU는 “탄도미사일과 긴장 고조 문제는 핵 합의와 별개로 적절한 형식을 통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첨예한 핵 위협의 시대를 맞아 EU는 국제 비확산체제의 주요한 축으로 이란과의 핵 합의를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장-이브 르 드리앙 외교장관 등 EU 회원국인 외교장관들도 목소리를 보탰다. 드리앙 장관은 “우리는 미국 의회가 이란과의 핵 합의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네덜란드 베트 쿤더스 외교장관과 벨기에 디디에 레인더스 외교장관, 독일 지그마어 가브리엘 외교장관도 한 목소리를 냈다.

▲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 (출처: 뉴시스)

앞서 미국의 ‘불인증’ 선언 직후 영국, 프랑스, 독일은 공동 성명을 내고 “3개국 모두 협정을 완전히 이행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협정 이행 의지를 재확인했다. 러시아, 중국도 핵합의를 유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핵합의 준수 감독기관인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아마노 유키아 사무총장도 성명을 내고 이란의 핵합의를 불인정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란이 한 핵 프로그램 관련 약속들은 현재 이행되고 있다”며 “이란은 세계에서 가장 탄탄한 핵 검증체제의 대상이다”라고 반박했다.

반면 이슬람 시아파 맹주인 이란과 앙숙인 수니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은 트럼프 대통령의 편에 섰다.

미국은 대통령이 90일에 한 번씩 의회에 이란이 합의를 위반하지 않았는지 판단해 통보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두 차례 이란이 핵합의를 준수하고 있다고 인증했으나 세 번째 통보 마감일인 15일을 앞두고 “이란은 여러 차례 협정을 위반했다”며 불인증 결정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때문에 미의회는 핵합의 때 이란이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대가로 해제한 경제제재를 복원할지를 60일 이내에 확정해야 한다.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북한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15일(현지시간) AB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쁜 합의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완벽한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헤일리 대사는 “이란 핵협정을 재검토하는 모든 이유는 북한”이라며 “대통령은 이란이 북한 다음이 되지 않도록 확실히 하려고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틸러슨 장관도 CNN 방송에서 “북한이 이번 결정(이란 핵 합의 불인증)에서 배워야 할 것은 미국이 북한과 매우 까다로운 합의를 기대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핵·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는 북한을 염두에 두고 이란 핵 합의에 대해 불인정 발언을 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번 발언에 따라 미국이 다시 이란에 대한 제재조치를 복원한다면 유럽 주요국과 당사국인 이란의 반발도 만만찮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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