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십년만 부탁합니다’ 공연 이미지 (제공: 서울문화재단)

단 한명의 배우도 등장 안 해
무대 위 주인공은 미술작품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우리는 종종 세월의 야속함을 말한다. 소용이 없는 줄을 알면서도 제발 가지 말라며 시간을 붙잡는다. 생명이 없는 사물도 세월의 영향을 받을까? 무대 위에 당당히 오른 사물이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공연이 진행된다.

11일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는 2017년 시즌 프로그램 ‘십년만 부탁합니다’를 무대에 올린다고 밝혔다. 공연은 오는 18일부터 22일까지 5일간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에서 진행된다.

‘십년만 부탁합니다’ 공연 무대에 오르는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사물이다. 무대에 오르는 20여개의 사물의 공통점은 모두 설치미술작가 이주요 작가의 손에서 탄생한 미술작품이라는 것이다.

1971년생인 이주요 작가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로 미술작품을 만드는 작업을 한다. 그는 90년대 말부터 20년간 세계 각국의 여러 도시를 이동하면서 작품을 만들었다. 그의 작품 역시 그를 따라 여러 도시로 이동돼야 했다.

2007년, 작가는 더 이상 옮길 수 없게 된 작품을 폐기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이 작가는 작품을 폐기하지 않고 큐레이터 김현진과 함께 ‘십년만 부탁합니다’라는 제목의 전시를 기획·진행했다. 작가의 작품은 전시회를 통해 누군가에게 위탁돼 10년이란 시간을 보냈다.

이번 공연 ‘십년만 부탁합니다’는 당시 위탁된 작품의 10년을 다룬다. 작품을 만든 이주요 작가와 10년 전 전시를 함께 기획한 김현진 큐레이터가 다시 의기투합해 새로운 시도의 무대 공연을 만들었다.

두 공동 기획자는 작품에 섞여 있는 여러 가지 모습과 10년이라는 변화 과정을 표현하고자 했고, 이를 위해 각 등장물품에 특유의 소리를 부여했다. 또 무대장치·영상·조명 등을 활용해 작품의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달한다.

무대 위에서 펼쳐질 10년의 세월은 작가의 세월이기도 하고 작품의 세월이기도 하다. 그리고 작품을 위탁한 위탁자의 10년도 함께 녹아있다.

한편 이주요 작가와 김현진 큐레이터는 22일 오후 3시 공연 이후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갖는다. ‘경계를 확장하는 예술’을 주제로 진행되는 관객과의 대화에는 작품 ‘Lift’를 위탁한 위탁자도 참석해 공연에 관한 대화를 나눈다.

▲ ‘십년만 부탁합니다’ 공식 포스터 (제공: 서울문화재단)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