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극 ‘산불’ 이미지 (제공: 국립극장)

1951년·1965년 넘나드는 액자식 구성
기존 판소리 변형… 새로운 음악 선봬
무대연출… 실제 대나무 1000그루 이용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도 쉼 없이 꿈틀대는 인간의 욕망을 소리로 표현한 창극 ‘산불’이 관객을 찾는다.

국립극장의 전속단체 국립창극단은 창극 ‘산불’을 오는 25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 무대에 올린다.

‘산불’은 극작가 차범석의 1962년 작으로, 한국전쟁 이후 분단 문제를 그렸다. 1962년 12월 연출가 이진순의 연출로 초연 이후 연극·오페라·뮤지컬 등 다양한 형태로 무대에 올랐다. 이번 공연 연출진은 작품을 판소리극으로 재구성했다.

작품은 6.25전쟁이 끝난 후 냉전의 기운이 흐르는 소백산맥 자락의 한 산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점례’는 전쟁 통에 남편을 보낸 과부다. 어느 날 공산당의 기만·허위를 깨닫고 빨치산에서 탈출한 ‘규복’이 점례의 집에 찾아와 자신을 숨겨달라고 부탁한다. 규복을 안쓰럽게 여긴 점례는 근처 대나무 숲에 은신처를 마련해준다. 점례와 규복은 연인 사이로 발전하고, 이 사실을 눈치챈 또 다른 과부 ‘사월’이가 규복을 번갈아가며 돌봐주자는 제안을 해 세 사람 사이에 삼각관계가 형성된다.

연출진은 이전 공연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다양한 연출을 시도한다. 이성열 연출은 원작이 지닌 6.25전쟁의 사실적인 상황을 거두고, 극한의 상황에 부닥친 인간의 내면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사실주의의 정수로 알려진 원작을 재해석하는데 의미가 있다”며 “작품을 보편적이고 현대적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연출 방향을 밝혔다.

원작이 6.25 전쟁 이후 1951년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면, 이번 공연은 1965년 겨울과 1951년 겨울을 넘나드는 액자식 구성을 띈다. 최치언 극본은 원작에 등장하지 않은 까마귀들·죽은 남자들·점례의 남편 종남 등 캐릭터를 추가해 새로운 ‘산불’ 대본을 만들었다.

또 영화 ‘부산행’ ‘곡성’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 40여편의 영화 음악을 제작한 장영규가 이번 작품의 음악 감독으로 참여했다. 그는 기존 판소리 고유의 곡조 양식과 음절 등을 해체·재조합해 음악을 만들었고, 1950년대의 민요·동요·군가 등을 변형한 음악을 선보인다.

연출진은 점례와 규복의 밀회 공간이자 사월과 규복의 본능적 욕망이 분출되는 공간인 대나무 숲을 1000그루가 넘는 실제 대나무로 만들었다. 또 1951년과 1965년을 넘나드는 장면 전환을 위해 무대를 나선형 회전 무대로 만들었다.

▲ 창극 ‘산불’ 공식 포스터 (제공: 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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