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왜 학교에는 이상한 선생이 많은가?’라는 책이 있다. 10년차 초등학교 교사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정리한 책이다. 교사들을 “가르치는 행위가 가지는 특수한 의무와 책임은 생각지도 않고 권리만 요구하는” 집단으로 묘사하고 있다. 대부분 교사가 일선에서 최선을 다해 교육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후배교사가 대부분 선배교사를 무책임한 집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조직에는 일정한 비율로 이상한 사람들이 섞여 있다”는 ‘이상한 사람 질량 보존의 법칙’을 이야기하며 “교사들 중에도 일정한 비율로 ‘이상한 사람’이 있다. 다른 조직과 동일한 비율이지만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들이란 점에서 문제가 크다”고 지적한다.

필자가 학교에 근무할 당시에도 이상한 교사-다수의 교사가 공감하는-는 실제로 존재했다. 하지만 이상한 교사만큼 이상한 학부모도 비슷한 비율로 존재했고 이상한 아이들은 더 많이 존재했다. 학교에는 이상한 교사보다 훌륭한 교사가 훨씬 더 많다. 이상한 교사의 행동이 더 오래 기억에 남고 각인이 되기 때문에 이상한 교사가 많은 걸로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10년차 교사인 이 책의 저자는 많아야 3개 학교에서 근무했다. 한 학교당 30~50명 정도 교사가 근무하며 매년 20%가 전보 된다고 가정할 때 최대 200명 정도의 교사들과 근무했다. 겨우 200명을 만났으면서 교사 집단을 무책임하고 이상한 교사가 판치는 세상으로 단정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이상한 교사에게 대항하기 쉽지 않아 아이들이 피해자가 된다”고도 했는데 현재 학교의 실정하고는 맞지 않는다. 이상한 학부모의 항의 전화 한 통에 학사 일정이 이리저리 변경되고, 학부모가 들고 일어나 담임교사가 교체되기도 하고, 학생들의 고발로 민형사상 책임을 지는 교사도 많아졌다. 사실에 맞지 않는 내용이 많다.

필자도 이번 칼럼에서는 ‘학교에 이상한 교사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맞춰 해결책을 제시해보려 한다.

첫째, 교사들은 교단에 서기까지 줄곧 모범적인 삶을 살아왔을 가능성이 많다. 교대나 사대에 진학해 임용고시를 통과해 교사가 되려면 부모 말 잘 듣고 선생님 말 잘 듣는 모범생이 아니고는 정말 어렵다. 일탈 한번 없는 모범적인 학창시절을 보내고 교사가 되어 수없이 많은 이상한 아이들과 부딪치면서 이겨내기 힘든 상황에 직면한다. 처음에 가진 사랑과 열정이 시간이 지나며 희석된다. 어느 순간 말을 듣지 않는 수많은 이상한 아이들과 대립하며 이상한 교사가 된다. 교사를 모범적인 인생을 살아온 교사로 임용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상한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삶의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임용하는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둘째, 임용고시의 폐해가 심각하다. 정확한 명칭이 ‘00학년도 신규임용예정교사 선발경쟁시험’이다. 선발경쟁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몇 년간 고시촌에서 공부만 한다. 그 경쟁에서 최종적으로 살아남은 사람이 교사가 되니 우월감은 하늘을 찌른다. 교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월하지 못한 평범한 학생들에게 군림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이상한 교사가 된다. 임용고시에서 인성과 가치관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심층 면접이 확대돼야 한다.

세 번째, 안정적인 직장으로 인식돼 여자들이 가장 많이 도전하는 직종 중에 하나가 교사다. 군 가산점이 폐지돼 군대를 가지 않는 여자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하여 임용고시에 많이 합격한다. 남교사 할당제를 도입하거나 군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해서 남교사의 비율을 어느 정도 유지해야 이상한 교사가 줄어든다.

네 번째, 관리자인 교장·교감이 교사들에겐 ‘갑’이 되면서 전보할 학교나 직책의 결정권한을 가진 교육청이나 장학사 앞에서는 ‘을’이 된다. 갑을관계를 경험한 순간 승진을 위해 전력투구하게 되며 이상한 교사가 된다. 개인적인 성과 위주의 승진제도를 보완해서 학생에게 최선을 다하는 교사가 승진하도록 해야 한다.

돌이켜 생각하면 필자도 누군가에게 이상한 교사였던 적이 있다. 이상하고 권위적인 교사에게서 학생들은 침묵하는 법을 배운다. 상상력을 자유롭게 발휘하고 창의성을 길러 좋은 인재로 성장시켜야 함에도 오직 순종적이고 착한 학생만 살아남게 만든다. 교사의 길은 생각보다 어렵다. 교사를 직업이 아닌 사명으로 생각하고 아이들만 바라보고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인성과 신념을 갖춘 사람만이 교사의 길을 걷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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