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현 홈플러스 사장은 매달 1회씩 테마를 정해 간담회 ‘샘(SAM)나는 데이트’를 통해 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고3 수험생 자녀를 둔 직원들과 대화하며 환하게 웃고 있는 김상현 사장. (제공: 홈플러스) ⓒ천지일보(뉴스천지)

직원·고객과 친화력 과시
비결은 현장·간담회 소통
활력 불어넣으며 매출도↑
“고집경영 지속, 1등목표”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처음에는 사장님에 대한 거리감이 있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직원들이 만남을 손꼽아 기다릴 정도예요.” ‘카피바라(엄청난 친화력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세계 최대크기 설치류)’ 뺨치는 김상현 사장의 친화력이 홈플러스를 활기차게 바꾸고 있다.

글로벌 기업에서 오래 생활했던 경력 때문일까. 취임 초기 김 사장은 차가운 이미지의 전문경영인(CEO)으로 오해를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 직원들과 적극 소통하면서 친화력을 과시하고 있다. 1년 9개월간 그가 보여준 ‘살가움’은 고객은 물론 본사 직원, 매장 주부사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고 매출 상승이라는 결과까지 내고 있다.

CEO에 대한 벽을 허물고 ‘직원들이 자랑스러워하는 회사’라는 문화를 만들겠다던 김 사장은 이를 이루기 위한 첫걸음으로 소통을 택했다. 때문에 취임 후 줄곧 ‘점포 출근’과 사내 직원과의 ‘샘(SAM)나는 데이트’라는 두 가지 업무만은 빼놓지 않고 있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지론을 가지고 현장소통을 위해 매주 목요일 점포를 찾는 김 사장은 취임 후 약 1년 7개월(84주) 만에 전국 142개 모든 점포를 다 방문했다. 매장 방문은 언제나 혼자다. 과도한 의전이나 형식적인 순회는 진짜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게 하기 때문이다. 사장님 티를 안 내니 직원뿐 아니라 고객들과도 더 친밀하게 얘기하고 꼼꼼하게 매장을 살필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제시하는 김 사장의 제안은 매출 성장의 일등공신이었다.

지난해 방문한 강동점에서 메인 통로에 비치돼 있던 프로모션 매대 9개를 한달간 철수한 게 실례다. 한달 1억원의 매출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우려에도 김 사장은 “매출이 감소한다면 모두 자신이 책임질 테니 날 믿어 달라”며 직원들을 안심시켰다. 우려와 달리 장사는 오히려 더 잘 됐다. 기존 좁은 통로를 빠져나가기 바빴던 고객들이 본 매대로 스며들며 매출을 올려준 것. 파주운정점에서는 많은 종류를 빽빽이 배치하던 냉동만두 진열방식을 핵심상품 위주로 여유롭게 바꿔 기존 매장보다 매출을 20% 더 올리기도 했다.

자반 생선은 신선한 제품이라 생각하지 않는 부산 사람들의 특징을 파악해 과감히 매장에서 자반고등어를 빼거나, 어른 눈높이에 맞춰져 상품을 진열했던 제과·완구 매대를 아이들 눈높이로 바꾼 것도 현장에서 오는 고객들의 반응을 꼼꼼히 분석하는 그의 노력이 그대로 묻어나는 대목이다. 그 결과 취임 당시 2500억원(2015년) 적자를 기록했던 홈플러스는 1년여 만에 3100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점포와의 소통은 사장과 직원의 관계도 바꿔놨다. 이젠 점포를 방문하면 사인을 해달라거나 사진을 찍자는 직원들까지 생겨날 정도다. 김 사장은 “점포에 가면 주부사원부터 젊은 청년까지 너무나 친근하게 맞아주셔서 늘 에너지를 얻고 돌아온다”며 “직원들과 ‘셀카’를 찍는 일은 자연스러운 광경이 됐다”고 말한다.

▲ 지난 8월 열린 샘나는데이트에서 김상현 사장이 여름상품바이어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제공: 홈플러스) ⓒ천지일보(뉴스천지)

‘샘(SAM)나는 데이트’를 여는 것도 소통경영의 일환이다. ▲워킹맘과의 시간 ▲사내커플과의 만남 등 매달 새로운 테마를 정해 주제에 맞는 직원을 초대하고 자유롭게 간담회를 진행한다. 이것 역시 형식적인 만남이 싫어 별도의 진행자 없이 그가 직접 이끌어 간다. 눈치를 보던 직원들은 자신들의 이름을 불러주며 경청하는 김 사장의 노력에 결국 속마음을 시원히 털어놓는다는 후문이다. ‘편안하고 격식 없는 대화가 좋았다’ ‘사이다 같은 시간이었다’ 등 긍정적 피드백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직원들이 자랑스러워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그는 올해도 고집경영(고객에 집중하는 경영)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그가 말하는 고객은 점포를 찾는 월 2400만명의 소비자를 넘어 홈플러스의 2만 5000여명의 임직원, 2000여 협력회사, 7000여 임대매장 점주를 아우른다. 김 사장은 “고집경영을 통해 고객들이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1등 유통기업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