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본부에서 유엔 총회 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WSJ “美 외교정책, 현실정치로 복귀”
“트럼프 말폭탄, 수십년간 해온 것”
靑 “단지 北에 두려움 주려는 의도”

[천지일보=이민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겠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을 ‘불량 정권’으로 규정하고 북한이 핵·미사일로 전 세계를 위협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로켓맨’으로 규정하고 ‘자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등의 말폭탄을 쏟아냈다.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유엔 총회에서 이런 발언을 쏟아냈다는 점에서 주목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핵무기든 재래식 수단이든 북한 전체를 쓸어버리겠다는 전례 없는 위협을 가하는 것”이라며 “이런 엄청난 표현에 대해 백악관이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WP는 다른 관련 기사에서 “미국 대통령의 말이 정치인이라기보다는 깡패 두목(a mob boss)처럼 들린 연설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라며 “강경한 표현이라기보다는 유치한 욕설로 가득 찬 어린 학생의 왕따 만들기”라고 힐난했다.

또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유엔은 지금까지 트럼프의 데뷔 연설과 같은 것을 들어본 일이 없다”며 “역사상 어떤 미국 대통령도 상대국에 이처럼 갈등을 일으키는 메시지를 던진 바 없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의 연설은 미국의 외교정책이 현실정치로 복귀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트럼프식 현실정치는 철학이나 도덕적 계산보다는 실용적인 고려에 기초한 원칙과 수칙”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자극적인 말폭탄에도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은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동북아 전문가로 꼽히는 고든 창은 20일 미국의소리(VOA)가 진행한 인터뷰에서 “ 미국과 동맹국을 보호하기 위해 북한을 철저히 파괴하겠다는 발언은 수십년간 해온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단지 김정은에게 두려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최대한도의 제재와 압박의 일환으로 평가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양국은 이 문제와 관련해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긴밀한 공조와 협의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특히, 미국 대통령으로서 이례적으로 긴 시간을 할애해 북핵 및 북한 문제에 대해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미국 정부가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를 잘 보여줬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순서 때 자성남 북한 대사는 자리를 벗어나 연설을 보이콧하는 등 노골적으로 반미 감정을 드러냈다. 특히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오는 22일 예정된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같은 수위의 말폭탄으로 받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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