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듯 다른 기하 도형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Lines & Figures’전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선과 선이 만나면 도형이 된다. 도형이 상호 작용하는 다른 선과 만나 기하도형이 된다. 여기에 색이 입혀진다. 카라스갤러리는 올해 9월 특별 전시로 한규화, 송진 2인전 ‘Lines & Figures’전을 개최했다. 같은 듯 다른 작품의 두 작가를 만나봤다.

▲ 한규화 작가. ⓒ천지일보(뉴스천지)

-전시된 작품을 설명해 달라.

한규화: 작품은 기존에 있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시작을 한다. 대부분 이야기로 전달하려는 목적이 확실한 뉴스 이미지다. 예술과 뉴스가 다른 점 중 하나가 목적의 모호함이다. 그림을 그릴 때 오리지널 이미지를 선, 색, 질감으로 변형한다. 제가 생각하는 모호함에 도달하면 그림이 완성된다.

송진: 제 작품은 사실 되게 단순하다. 하지만 대중에게 설명하지 않으면 너무 쉬워하거나 너무 어려워한다. 그래서 벽에 점선등을 설치하여 모눈종이의 느낌을 반영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한다. 이번 전시에서 공개되는 작품 중 ‘Grid space 2_#1#16’은 2014년 작품인데 fold paper 시리즈의 첫 모델이었고 거기서 발전된 작품이기 때문에 그 이해를 돕기위해 함께 전시했다. 저는 작업할 때 모눈종이에 드로잉을 많이 한다. 모눈종이는 다양한 각도와 선을 자유자재로 구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모눈종이를 즐겨 쓰는데 grid space시리즈는 1차 드로잉 느낌을 그대로 페인팅으로 옮긴 작업이다.

-작품의 모티브를 ‘뉴스’ ‘드로잉’에 두는 이유는.

한규화: 우리는 뉴스를 매일 접한다. 그러나 옛날하고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저는 저의 주관적인 주제를 가져오기보다 일상에 접하고 우리 주위에 있는 것들로 시작한다. 사실을 이미지로 만들어 조작하고, 예술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옛날부터 관심을 가져온 부분이다.

송진: 저의 모든 페인팅은 드로잉에서부터 시작한다. 내 자신에게 있어서 점, 선, 각, 면 등이 맞아 떨어지는 적정점을 찾는 과정이 드로잉이기 때문이다. 전시가 잡히면 그 전시 특성에 맞는 드로잉을 골라 색을 선정해 작품을 만든다.

▲ 송진 작가. ⓒ천지일보(뉴스천지)

-두 작가는 선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같은 듯 다른 작품을 그린다. 선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한규화: 붓질을 하면 선이 나온다. 이미지를 그림으로 만들다보면 가장 집중되는 게 선인 것 같다. 원본 안에 있는 선들을 보고, 그 안에 반응하는 요소를 찾는다. 의도적이진 않지만 선을 긋다 보면 전시 이미지에 맞는 면이 나온다. 또 선에서 면이 나온다.

송진: 선은 단순하게 보이지만 2차원 공간 안에서 3가지 이상의 선이 겹쳐지면 면이 된다. 3차원과 2차원의 작업은 매우 다르고 그 선들이 만들어내는 앵글은 대중에게 또 다른 흥미를 준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관한 실험을 하는 과정이 나에게는 숙제이고 그 개념을 탐구하는 과정이 입체페인팅까지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 한규화 작가가 작품에 색을 칠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작품을 제작하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한규화: 모호함이다. 그림을 그리거나 미술품을 만드는 일은 보통 다루는 주제들보다는 모호함을 추구하는 예술적 성향이 있다. 저는 그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예전에 어떤 교수님은 제가 작품을 만들면 예술을 표현하기보다 궁금증을 찾아서 좋다고 했다.

송진: 같은 색이라도 아주 작은 명도나, 채도의 차이가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많이 좌우한다. 작품을 선정하고 어떤 색을 대입하려는 과정에서 적절한 채도, 명도의 색들을 찾아 시너지를 최대한으로 만드는 것이 나의 숙제라 생각한다. 언뜻 보면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쓴 종류의 노란색만 100가지가 넘는다(웃음).

▲ 송진 작가의 ‘Fold paper 1_#2, Fold paper 1_#1(위)’. ⓒ천지일보(뉴스천지)

-대중들이 작품을 보고 느꼈으면 하는 바는.

한규화: 미술은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는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미술은 어렵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닫아 버리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봐야 하느냐는 질문은 불필요하다. 자유롭게 보고 싶은 대로 봤으면 좋겠다.

송진: 연령에 상관없이 이해하기 쉬운 작품을 보고 기분 좋은 에너지를 얻었으면 좋겠다. 저도 30년 넘게 미술을 헸지만 절반 이상의 세월은 미술이 어려운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공부를 많이 할수록, 나의 색이 짙게 배어 나오는 작품을 만들어 낼수록 글이나 이론보다 쉽고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 예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걸 깨달은 순간부터 나의 미술인생이 새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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