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보도 후 당국 조사… 용인시 일부 신호기 개선
경찰 “전체 시스템 개선, 종합적 조사 통한 검토 필요”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자동차 일반도로 상의 ‘비보호 좌회전’ 문제로 인한 사고가 전국적으로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 용인시 신호 체계 일부가 본지 보도 후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용인시 교통정책과 유기석 과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천지일보 보도 후 신문에서 지적한 ‘비보호 좌회전’ 체계가 ‘좌회전 신호기’ 체계로 교체됐다”며 “신문 보도 후 용인경찰서에서 현장 조사가 이뤄져 개선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본지는 지난 8월 1일 보도([단독] ‘비보호 좌회전’ 안전성 도마… 경찰청·용인시, 무관심, 아래 관련기사 참조)에서 ‘비보호 좌회전’의 문제점을 용인시의 사례를 들어 지적한 바 있다.

▲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중동 초당마을 초당초등학교 부근 ‘비보호 좌회전’ 설치 모습(위)과 좌회전 신호로 개선된 모습(아래). 위쪽 사진과 같이 ‘비보호 좌회전’ 체계에서는 좌회전 차량이 횡단보도의 보행 신호를 무시하고 보행자를 칠 가능성이 높다. 아래쪽 사진처럼 ‘좌회전 신호기’가 적용되면서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좌회전 차량을 맞닥뜨리지 않고 안전히 건널 수 있게 됐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비보호 좌회전’은 직진신호가 녹색일 때 반대편에서 직진하는 차량에 주의하면서 좌회전을 할 수 있는 신호체계다. 이 신호 체계의 문제점은 반대편 직진 차량과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하고, 좌회전을 하면서 맞닥뜨리는 횡단보도의 사람을 치기도 한다는 점이다.

이는 운전자가 ‘비보호 좌회전’이 가능할 때 차량이 맞닥뜨리는 횡단보도에서도 보행신호가 동시에 켜지면서, 운전자가 맞은 편 직진 차량을 신경 쓰다가 보행자를 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에 본지가 보도한 ‘비보호 좌회전’ 지역은 지난 2011년 여름 비보호 좌회전을 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횡단보도에서 녹색불을 보고 정상적으로 건너던 50대의 여성을 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당시 사건 담당 경찰은 ‘비보호 좌회전’ 신호 체계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6년이 지난 올해까지 신호체계는 그대로였다. 경찰청의 ‘비보호 좌회전’ 관련 매뉴얼에 따르면 사고 발생 시 ‘좌회전 신호기’ 체계로 바꾸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하고 있다.

본지 취재 당시 현장에는 100m 안에 초등학교도 있어 성인보다 연약한 어린이에 대한 교통사고 위험성이 잠재돼 있는 상황이었다. 또한 보행 신호가 켜졌는데도 ‘비보호 좌회전’을 하는 차량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보행자를 아슬아슬하게 피해 그대로 주행하는 아찔한 모습도 사진으로 쉽게 포착할 수 있었다.

용인시 교통정책과 유기석 과장은 “지금까지 (운전자가 교통 흐름의 원활함 등을 이유로) ‘비보호 좌회전’을 만들어 달라는 민원은 있어도 이를 없애달라는 민원은 없었다”면서 “이번 보도를 통해서 현장에서의 세밀한 상황까지 알게 됐고 개선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유 과장은 “민원이 한 쪽에서는 만들어 달라, 다른 쪽에서는 없애 달라는 등 상대성이 있어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하면서 “민원만을 의지할 것이 아니라 현장 상황도 살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인지한 사례가 됐다”고 강조했다.

◆경찰청, ‘비보호 좌회전’ 문제 개선 검토

전국적으로 ‘비보호 좌회전’ 사고는 종종 발생하고 있다. 직진하는 맞은 편 차량과의 사고가 발생하거나 좌회전을 하면서 횡단보도의 사람을 치는 사고가 대표적인 사고다. 하지만 경찰청은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교통사고 항목으로 지정하고 있지는 않다.

경찰청의 교통통계시스템에서는 ‘교차로 사고’ 등 포괄적인 항목은 있어도 ‘비보호 좌회전’ 사고 등 세부적인 항목은 없어서 관련사고 발생 시 ‘비보호 좌회전’ 신호 체계의 문제점으로 인한 사고가 배제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교통운영과 김동주 경감은 “‘비보호 좌회전’ 사고 문제는 현재 사고 통계 항목에 없는 것이 맞다. 현재로서는 사고 통계 항목에 넣을 수 있다는 명확한 답변을 줄 수가 없다”면서 “하지만 올해라도 사고 조사계에서 시스템 개선 용역을 줄 때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 확인할 사안”이라고 답했다.

미국 등에서는 일시정지 구간에서 반드시 서고 ‘비보호 좌회전’도 익숙한 교통문화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 등에서는 운전자나 보행자에게 이러한 교통 체계가 생소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김 경감은 이에 대해 “현재 운전면허를 취득할 때 ‘비보호 좌회전’을 인지할 수 있도록 반영하는 부분과 운전자 안전 교육 때도 이를 인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더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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