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효림스님 건강악화로 이송
용상·대안스님이 바통 이어 단식

[천지일보=이지솔 인턴기자] 무기한 단식을 선언했던 명진·효림스님이 건강악화로 병원에 이송된 후 두 스님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대한불교조계종 수행승들의 모임인 ‘전국선원수좌회’ 소속 용상스님과 전 용주사 중진 비대위원장 대안스님이다.

‘조계종 적폐청산’을 외치며 18일째 단식을 이어온 명진스님은 건강악화로 쇼크 등 긴급 상황이 우려돼 4일 병원으로 이송됐고, 효림스님도 저혈당 쇼크로 단식 2일 만에 병원으로 이송됐다. 개인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자신의 건강을 내걸고 종단의 개혁을 부르짖는 스님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5일 서울 종로구 우정국 앞마당을 찾았다.

두 스님은 “명진스님의 뜻을 이어받아 대한불교조계종의 적폐를 청산하고, 청정승가로 만들겠다”고 입을 모았다.

▲ 무기한 단식을 했던 명진스님의 뒤를 이어 대한불교조계종 수행승들의 모임인 ‘선원수좌회’ 소속 용상스님이 5일 서울 종로구 우정국 앞마당에서 단식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용상스님 “더는 방법 없으니 단식이라도”

명진스님의 바통을 이어받은 용상스님은 이날 단식한 지 2일째를 맞았다.

스님은 “어쩔 수 없는 현실 속에 극약처방처럼 굶는다”면서 “‘(조계종) 당신들은 대의를 져버렸다. 조계종을 망신시키는 행위를 그만해야 한다’는 뜻에서 단식한다”고 밝혔다. 또 “명진스님은 순수하고 많은 사람이 따를만한 인품의 소유자”라고 평가하며 “그런 분이 조계종 적폐청산을 위해 단식을 18일 동안 하시고 몸부림치시는데, 그 뜻을 우리가 잘 받들어야 하고 따라야 할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용상스님은 “지금은 단식을 한 30일 정도 예상하고, 체중이 15k~20g 빠질 때까지 버틸 생각”이라고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또 “목숨이 왔다 갔다 할 때까지 할 것”이라며 강한 의지도 내비쳤다.

조계종의 일원으로써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단식을 진행하겠다는 용상스님은 건강상의 이유로 단식이 중단되더라도 릴레이식으로 재가자들을 통해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스님은 “청정승가는 청정 비구승이 아니면 안 되기에 가짜 비구 스님들은 다 쫓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건 불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불교가 적폐청산의 모범이 된 것처럼 우리나라도 이렇게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두 개의 불덩어리는 약하지만 10개, 100개가 되면 꺼지지 않는다며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 효림스님 뒤를 이어 용주사 중진 비대위원장 대안스님이 5일 서울 종로구 우정국 앞마당에서 단식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대안스님 “나도 조계종 비판 이유로 제적”

효림스님의 바통을 받은 대안스님은 이날 4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었다. 명진스님 뿐 아니라 대안스님도 조계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제적을 당했다. 그는 조계종의 개혁을 위해 3년 가까이 노력해왔다고 주장했다.

대안스님은 용주사 주지 성월스님의 은처자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내고, 투쟁을 해왔다. 스님은 종단 내 변화가 없자 종단법이 아닌 사회법에 제소했고, 그 결과 약 40년 동안 몸담았던 조계종에서 제적을 당했다. 대안스님은 ‘조계종 초심호계위원 H스님의 성폭행 및 지속적인 여성인권 유린 사건’을 언급하며 “그 위원은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나는 제적을 시켰다”며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대안스님은 “대한불교조계종, 독신 출가 스님을 중심으로 한 교단인데 왜 그런 사람이 버젓이 본사 주지를 하냐”며 “물러나야 하는데 호계위원이 비구들을 대동해 종회의원을 (명진스님을) 판결한다는 것이 참 우스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대안스님은 적광스님 같이 폭행을 당해 전치 12주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나를 때린 스님이 바로 자승 총무원장의 수좌”라고 주장하며 “나하고는 사회법으로 말하면 사촌지간인데 사수가 나를 폭행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현재 병원비만 약 2천만원 정도 빚져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대안스님은 “이번 14일에 열릴 ‘전국승려·범불교도대회’서 적폐청산을 위한 대규모 문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이날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적폐를 끄집어낼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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