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 뉴시스)

“폐기 여부를 내주부터 논의”
정부 “차분하고 당당히 대응”
협상우위 노린 전략 가능성 커

[천지일보=이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다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흔들기에 나섰다.

2일(현지시간) 허리케인 ‘하비’ 피해를 입은 텍사스주와 루이지애나주를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참모들에게 ‘한미 FTA 폐기 준비를 지시했다’는 워싱턴포스트(WP) 보도를 사실상 시인해 파문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WP 보도와 관련해 현지 취재진에게 “폐기 여부를 내주부터 참모들과 논의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WP는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를 유지하면서 개정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남아 있다”면서도 “이미 협정 폐기를 위한 내부 논의가 상당히 이뤄졌고 이르면 다음 주 정식 폐기 절차가 시작될 수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FTA 폐기 발언과 관련해 3일 “정부는 차분하고 당당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 폐기론’ 주장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 한미 FTA를 “미국의 일자리를 죽이는 협정”이라고 주장하며 재협상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 폐기 지시 발언에 대해 아직은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계산된 카드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미 FTA가 폐기될 경우 양국 무역은 물론, 북핵 대응 공조 체제에 균열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일종의 트럼프식 협상 전략일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 폐기 지시 발언은 지난달 22일 미국 측의 요구로 서울에서 열린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가 결렬된 뒤 나왔다. 당시 한미 양국은 FTA 개정 협상에 대해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하는 데 그친 바 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 FTA 공동위를 마친 뒤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면서 “향후 미국 측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당당히 협상하겠다”고 밝혔다.

양국 통상 수장 간의 한미 FTA 개정 관련 회의가 한차례밖에 열리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 측이 섣불리 폐기 절차를 밟는다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만약 앞으로 미 정부가 한미 FTA 폐기 절차에 돌입한다면 한국 측에 종료 의사를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우리 측은 서면 통보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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