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7년 전의 일이다. 1980년 5월의 광주, 광주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 세력이 그들의 집권 야욕을 위해 광주를 ‘희생양’으로 삼아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적인 학살을 자행했다. 착검을 한 공수부대원들이 도시를 장악하고 시민들을 향해 발포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심지어 헬기에서 기관총을 발사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최근에는 수원과 사천 등의 공군부대에서 전투기에 폭탄을 장착하고 출동대기 명령을 받았다는 증언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5월의 광주를 아직 제대로 모르고 있다. 벌써 37년이나 지났지만 그동안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졌는지 묻고 싶을 만큼 우리는 무지하다. 그렇다보니 가장 중요한 문제부터 막혀 있다. 누가 시민들을 향해 발포를 명령했는가. 그리고 누가 전투기에 폭탄을 장착하라고 명령했으며 누가 출동 대기를 지시했는가. 우리는 모른다. 심지어 전두환도 모른다고 했다.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다.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공수부대원들이 우리 국민을 향해 총을 쐈다. 심지어 시민들을 향해 헬기에서도 기관총을 쐈다. 그럼에도 누가 쐈는지, 누가 현장에서 명령을 내렸는지도 우리는 모른다. 이것이 나라란 말인가.

이것은 인간의 역사가 아니다. 야만과 폭력의 역사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오랫동안 그 역사의 진실에 눈을 감았다. 겉으로는 ‘광주항쟁’ 운운하며 민주화의 역사를 말했지만 실상은 그 진상조차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던 것이다. 부끄러움을 넘어 참담한 역사의 눈물이다. 그렇다보니 그 주범 전두환이 ‘회고록’까지 펴내면서 아직도 북한 운운하며 ‘폭동’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자신도 ‘피해자’라는 궤변까지 늘어놓고 있다.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늦어도 너무나 늦었지만 이제라도 진실을 밝혀야 한다. 우리 후대에게 이 부끄럽고도 참담한 역사를 다시 무지와 궤변으로 물려줄 수는 없는 일이다. 다행스럽게도 문재인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 당시 공군 전투기 출격 대기와 전일빌딩 헬기 기총사격 사건에 대한 특별조사를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이에 국방부도 특별조사단을 구성해서 진상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심지어 군사기밀로 분류된 당시 국군보안사령부의 ‘존안자료’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마치 잃어버린 역사를 되찾는 듯, 땅 속에 묻혀있던 진실의 항아리를 찾는 듯한 심정이다.

분명한 것은 광주의 진실을 밝히고 그 진실을 후대에 전하기 위한 역사적 과제라는 점이다. 이제 와서 누구를 단죄하거나 감옥에 보내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뜻이다. 다시는 이 땅에 이런 야만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그리고 그 야만의 주역들이 반성도 성찰도 없이 다시 역사의 진실을 농단하는 불행이 반복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야말로 광주의 눈물을 제대로 된 진상규명으로 닦아내야 할 역사적 시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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