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뉴욕 트럼프타워 로비에서 기자회견 중 손가락으로 질문할 기자를 가르키고 있다. (출처: 뉴시스)

하루만에 “양쪽 다 잘못” 말바꿔
경제자문단 탈퇴 우수수… ‘해체’
우군 ‘공화당’도 트럼프에 등돌려
매코넬 “좋은 신(新)나치는 없다”

[천지일보=이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에서 발생한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폭동을 두고 또다시 인종차별 세력을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취해 파장이 거세지고 있다.

여론과 언론, 세계 지도자들뿐 아니라 미국 정치권, 공화당의 상원 사령탑마저 트럼프 대통령의 행위를 ‘신(新)나치’로 비유하며 등을 돌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폭동에 대해 명확하게 지목해 비판하지 않아 비난을 받자 “인종차별은 악”이라고 한 발언을 하루만에 다시 뒤집고 “두 편에 다 책임이 있다”고 바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이 당시 폭력시위에 대해 질문하자 “’대안 우파'를 공격한 ‘대안 좌파’는 어떤가? 그들은 죄가 없는가? 그들이 손에 곤봉을 들고 휘두르며 공격한 것은 어떤가? 그들이 어떤 문제가 있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좌파뿐 아니라 폭력사태를 촉발한 백인우월주의와 신나치 세력에도 “매우 좋은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16일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NPR과 PBS 뉴스아워, 마리스트 폴이 미국 내 성인 1125명을 상대로 설문을 벌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2%가 부정적으로 봤다. 트럼프의 발언이 ‘충분했다’는 답은 27%였고, 나머지 21%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일을 하는 것도 정치적인 이득을 얻기 위해서”라며 “하지만 이는 미 대통령과 이 나라의 시민이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두 편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백인우월주의자들을 용서하는 것은 우리를 수십 년 후퇴시키는 것이자, 모든 이를 위한 더욱 자유롭고 좋은 나라를 향한 진보의 수십 년 가치를 지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가운데 유엔 인권 전문가들도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미국 내 백인우월주의의 발호를 비판하면서 엄정한 조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영국 정치권에서도 비난이 잇따랐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관한 의견을 물은 기자에게 “파시스트 견해들을 제기하는 이들과 그것에 반대하는 이들 사이에는 아무런 등가성이 없다고 본다”며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모든 이는 극우 견해들을 비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여 트럼프의 태도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집권 보수당 하원의원인 샘 지마 법무부 차관도 트위터에 “’자유세계 지도자’가 파시즘을 파시즘이라고 말하지 못한다면 그는 도덕적 권위를 잃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정부의 경제자문위원직을 맡았던 주요 기업 CEO들의 탈퇴도 계속되고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이들이 속한 경제 자문단(제조업자문위원단, 전략정책포럼)을 해체한다고 선언했다.

정치권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속출했다.

폴 라이언 공화당 하원의장(위스콘신)은 자신의 트위터에 “분명히 해야 한다. 백인우월주의는 역겹고 편견은 이 나라를 대표하는 모든 것과 반대한다. 도덕적 모호성은 안 된다”라고 썼다.

미치 매코널(켄터키) 상원 원내대표는 성명을 내고 “우리는 인종 증오 이데올로기에 대해 관용할 수 없다”며 “좋은 신(新)나치는 없으며, 그들의 견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미국의 이상과 자유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매코널 원내대표마저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에 동조하는 의회 내 원군은 사실상 찾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