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텃밭 고추 절도사건이 주는 메시지
도덕과 윤리 사이… 인간 고뇌·갈등 담아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도시농부가 늘고 있다. 베란다·옥상을 이용해 우리 가족만의 텃밭을 만들어 상추·고추·토마토 등을 기른다. 직접 기른 작물은 안전하고 식료품비 절감에 도움을 주고 아이들 생태교육의 자료가 된다. 텃밭 작물을 통해 인간 고유의 사유영역이라고 여겨지는 도덕과 윤리에 물음표를 던지는 창작극 ‘옥상 밭 고추는 왜’가 오는 10월 관객을 찾아온다.

작품은 서울에 있는 한 빌라 옥상 텃밭 고추 때문에 일어나는 사건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304호에서 옥상에 심은 고추를 201호 아줌마가 몽땅 따 갔다. 고추가 탐나서 따 갔다기에는 너무 많은 양이라 빌라 사람들은 저마다 말을 꺼낸다.

너도나도 말을 꺼내는 가운데 주인공 ‘현태(이창훈 분)’는 이 문제가 보통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가 생각하기에 이번 고추 사건은 최근 논의되고 있는 빌라 신축문제와 연관이 있다. 그리고 얼마 전 발생한 공구통 절도사건과 고추 사건이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고추 사건은 정권이 바뀌었지만 나아지지 않은 현실과 이 세상의 공기가 나빠진 것과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현태의 말을 모두들 어이없게 생각하지만 303호에 사는 ‘동교(유성주 분)’만이 현태의 생각에 동감하고 이번 사건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몸부림친다.

작품은 ‘사람은 이래야 한다’는 관념을 도덕으로, 우리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삶에 대한 태도를 윤리로 정의하고 있다. 옥상에 심은 고추 절도사건을 중심으로 도덕과 윤리 사이에서 고민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담아냈다.

작품에는 배우 이창훈, 유성주 외에도 고수희, 이창직, 백지원, 한동규, 최나라 등이 출연해 극에 활력을 불어넣을 예정이다.

연극과 영화를 넘나들며 개성있는 연기를 보여주는 고수희는 전화국을 정년퇴직한 후 부동산 사업으로 제 2의 인생을 설계중인 ‘현자’로 분해 주인공 현태와 대립구도를 이룬다. 이창직은 현자의 동거남인 ‘수환’을, 백지원은 현태의 엄마이자 요구르트 배달원인 ‘재란’을 연기하며 한동규는 작품의 배경이 되는 빌라에서 가장 오래 산 ‘성복’역으로 분한다. 최나라는 동교와 이혼을 앞둔 아내 ‘지연’을 연기한다.

▲ 김광보 연출(위)과 장우재 작가(아래) (제공: 세종문화회관)

창작극 ‘옥상 밭 고추는 왜’는 김광보 연출가와 장우재 작가가 11년 만에 재회해 만든 작품이다. 장우재 작가는 전작 ‘여기가 집이다’ ‘햇빛샤워’에서 등장한 소년 ‘동교’를 이번 작품에도 등장시켰다. 장우재 작가의 전작을 즐겨 본 팬이라면 궁금했을 중년이 된 동교의 모습을 이번 작품을 통해 볼 수 있다.

개인과 집단이 도덕과 윤리 사이에서 격렬하게 부딪히는 현실을 담은 창작극 ‘옥상 밭 고추는 왜’는 오는 10월 13일부터 29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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