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경스님(개운사 부주지)으로부터 산신각 유래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는 새길 신학 아카데미 수강생들의 표정이 진지하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새길 신학 아카데미’ 수강생 사찰 방문기
“알지 못하고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뉴스천지=이길상 기자] 부처님오신날을 며칠 앞두고 암자(심곡암)를 찾은 개신교인들이 스님으로부터 불교의 기본교리를 배우고 나서 한 말이다.

개신교인들로 구성된 ‘새길 신학 아카데미’ 수강생들은 15일 오전 개운사(서울시 성북구 안암5가)를 찾아 원경스님(개운사 총무국장)의 안내로 사찰경내를 돌아본 뒤 범해스님(개운사 주지)으로부터 부처의 가르침을 배웠다. 수강생들은 개운사에서 공양(식사)을 하고 심곡암으로 향했다.

▲ 일념으로 기도하면 관세음보살의 가피를 입을 수 있다고 알려진 심곡암 관음굴. ⓒ천지일보(뉴스천지)

심곡암에 도착한 수강생들은 암자를 자유롭게 돌아본 뒤 지월스님(심곡암 부주지)으로부터 불교의 기본교리를 배웠다. 기본교리 교육이 끝난 후 스님과 수강생 간의 질의응답 시간이 2시간 넘게 진행됐다.

수강생들은 “지금까지 불교교리를 모른 채 막연한 생각으로 불교를 판단했었다”며 “자신을 돌아본 뜻 깊은 시간이었다”고 교육소감을 발표했다.

또한 “‘정견(正見, 올바른 견해)’ ‘정사(正思, 올바른 생각’) ‘정어(正語, 올바른 말)’ ‘정업(正業, 올바른 행위)’ 등 팔정도(八正道, 열반을 얻기 위해 닦아야 할 여덟 가지)는 성경의 가르침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며 잘 알지도 못하고 타종교를 비판하거나 타교단을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입을 모았다.

수강생들은 대부분 ‘새길교회’ 교인들이다. 새길교회는 이 땅의 많은 교회들이 참된 복음의 정신을 망각하고 기복적인 신앙과 경직된 율법주의에 빠진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백성들에게 진리의 새길을 제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전파하기 위해 1987년 창립됐다.

예수교장로회 교단소속 교회출신이라는 허범철(59) 새길교회 성도는 “현재 개신교는 교리해석 차이로 교단과 교파가 갈라졌다”며 “나와 다른 교단은 이단으로 정죄하는 개신교 풍토가 싫어 어떤 교단에도 속하지 않은 새길교회로 오게됐다”고 말했다.

또 그는 “우리교회는 특정교리를 인정하지 않으며 어떤 교리든 그것이 참된 것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생각을 갖고 있다”고 교회를 소개했다.

감리교단의 교회 권사였던 최종찬(64, 서울시 송파구 문정동) 성도는 “기성교회 안에서는 교리를 터놓고 얘기할 분위가 안 된다”며 “자칫 (교리를) 잘못 얘기하면 이단으로 손가락질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교회를 떠난 직접적인 이유에 대해 “자녀가 한국생활에 적응하지 못하자 유학을 보내고 틈만 나면 해외 부흥회를 핑계로 자녀를 보러가는 목회자의 행동에 실망했다”며 “목회자의 말과 행동이 일치되지 않는 것을 보고 이 교회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해 교회를 떠나게 됐다”고 털어났다.

새길교회 이현아 간사는 “새길이란 교회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참된 진리가 있다면 그 어느 곳이든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이 새길교회 성도들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수강생들에게 불교교리를 가르친 지월스님은 ‘새길 신학 아카데미’ 1기 수강생으로서 예수님을 알고 싶어 수강을 했다고 말했다. 또 신학교 총장도 여러 번 만나서 개신교를 배웠다고 했다.

▲ 한국불교 개혁의 근원지인 개운사가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개운사 공양간(사찰 식당)에서 만난 진여행(법명, 70) 신도는 개신교인들이 사찰을 찾아오니 너무 예쁘다면서도 “개신교의 상식이하인 목사가 ‘스님이 목탁을 두드리는 것은 졸릴까봐 두드리는 것이다’라고 말했는데 이는 불교를 모르고 한 무식한 말이며 그 목사 자신이 ‘나는 바보다’ ‘나는 무식하다’라고 말한 것과 똑 같다. 내 종교가 귀하면 남의 종교도 소중하다는 것을 모든 종교인들이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한편 이와 같이 타종교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얼마 전 이찬수(종교문화연구원장) 목사는 금강정사(주지 원명스님,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의 초청으로 일요법회에서 강설(講說)을 한 적도 있다. 또 은혜공동체교회 박민수 목사와 교인들이 봉은사(주지 명진스님,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를 방문해 일요법회에 참여한 바도 있다. 오는 23일에는 ‘예수동아리교회’에서 봉은사를 찾아 108배 체험을 하고 주지스님과 대화하는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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