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글 창제에 대해 해설사가 설명하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국립한글박물관, 광복절 기념 특별해설
표준어-방언 비교해 사전만들려 했으나
일제에 탄로… 학자 잡혀가고 원고 뺏겨
해방 후 서울역 창고서 사전 원고 발견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세상에는 3천개가 넘는 언어가 있지만 사전을 가진 나라는 20곳 밖에 없습니다. 그중 한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2일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 이고훈 전시해설사의 해설에 관람객들은 놀라했다. 한국어의 우수성을 느끼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 해설사는 “한글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며 역사적 사실을 하나씩 설명해 나갔다.

이는 국립한글박물관이 ‘광복 72주년, 우리말과 글이 걸어온 길’을 주제로 마련한 광복절 기념 특별전시해설이다. 이번 전시는 세종대왕의 자주정신과 애민정신이 담긴 한글 창제 원리부터 일제강점기속 한글 관련 유물을 살펴보며 한글사랑의 마음을 되새기는 자리로 마련됐다.

특히 광복절 기념 특별해설은 한글의 역사와 문화를 전반적으로 다루는 기존 정기해설과 다르게 일제강점기와 관련한 한글 유물과 한글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인물을 중점으로 해설이 이어졌다.

▲ 훈민정음 해례본에 대해 해설사가 설명하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28자 훈민정음 창제

이 해설사는 먼저 한글 창제와 우수성에 대해 말했다. 그는 “훈민정음 창제 이전까지는 우리말을 사용하면서 글로는 한자를 주로 사용했기에 여러 가지 불편함이 있었다”며 “이에 세종은 우리말을 그대로 문자로 옮겨 읽는 것을 바른 소리라고 생각해 ‘훈민정음(28자)’을 만들고, 이러한 창제 의미를 문자의 이름에 담고자 했다”고 전했다.

훈민정음 해례본도 만들어졌다. 이는 세종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후 새 문자에 대해 알리기 위해 한문으로 훈민정음의 원리와 쓰임을 설명하기 위한 책을 만들었다. 이 책은 1962년 국보 70호로 지정됐고, 1997년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으로 등재됐다.

▲ 관람객이 조선말 큰 사전에 얽혀 있는 영상물을 보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일제강점기, 민족과 함께 수난당한 한글

이 해설사는 우수한 한글이 일제강점기에 민족과 함께 수난을 당했다고 했다. 그는 전시된 한 책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을 이어갔다. 이 해설사는 “이 책은 구한말 국어학자인 주시경선생의 친필 글자”라며 “주시경 선생과 그 제자들이 최초 사전을 만들기 위해 제작한 원고”라고 말했다. 처음 보는 주시경 선생의 친필 글자에 관람객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원고는 ‘말모이 작전’과 연관된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어학회에서는 전국적으로 ‘말모이 작전’을 펼쳤다. 전국에 있는 사람들이 표준어든, 방언이든 평소에 쓰는 말을 원고지에 적어 조선어학회로 보내면 각 지역의 방언을 비교해 같은 뜻을 가진 단어를 묶어 사전을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1930년대 후반 일본은 식민지통치를 보다 강화했다. 학교에서도 조선어교육을 폐지하고 일본어로 강의하고 일본어를 기본과목으로 가르치게 했다. 학생들의 학교생활에서도 일본어만 강제로 사용해야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 여학생이 조선말을 썼다는 이유로 일본 경찰에게 붙잡혔고, 집중 추궁을 당하는 과정에서 말모이 작전을 일본이 알아챘다.

그는 “일제는 조선어학회를 독립을 목적으로 하는 비밀결사 조직으로 몰아세운 후, 학자들을 잡아가고 10여 년간 애써 모은 원고를 다 빼앗아갔다. 말모이 작전이 위기를 맞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땀과 노력의 결실인 원고는 영원히 사라진 걸까. 이 해설사는 “1945년 우리나라는 광복을 맞이했다. 이후 경성역(오늘날 서울역) 창고에서 일제에게 빼앗겼던 말모이 사전의 원고가 발견됐고, 국어학자와 국민은 다시 말모이 사전을 완성해갔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최초의 ‘조선말 큰 사전’이 탄생됐다. 이는 온 국민이 하나 돼 펼쳤기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이 같은 해설을 들은 장태훈 학생은 “한글에 대해 많이 안다고 생각했지만, 역사적으로 모르는 내용이 여전히 많다”며 “앞으로도 역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해설사는 “(전시를 통해) 한글의 우수성을 배웠으면 좋겠다”라며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것과, 어떻게 오늘날까지 한글을 지킬 수 있었는지를 배워가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광복절 기념 특별해설은 8월 15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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