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천지=송범석 기자] 대중들이 사랑한 명화를 소개하며 화가들의 내면세계를 농밀하게 그려낸 반가운 신간 두 권이 출간됐다.

<화가 vs 화가>는 사랑과 우정 그리고 증오의 이름으로 얽힌 예술가들의 삶을 조명했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11쌍, 22명의 화가들은 돈독한 유대관계로 또는 연인관계나 라이벌관계를 형성하며 아름다운 생의 향기를 화폭에 담아낸다.

<명화 속 비밀이야기>는 성화(聖畵)나 사화(史畵) 속에 숨겨진 스토리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더 나아가 저자가 블로그에 기록했던 개인적인 감상평이 곁들어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책은 딱딱한 미술학 해설을 지양하는 대신 그림의 내용을 이해하고 명화와 호흡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빈센트 반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자른 이유에 대해선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불우한 가정 환경과 예민하고 소심한 성격이 자신의 귀를 자르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겠지만, 폴 고갱이 좀 더 고흐를 살갑게 대했더라면 고흐가 귀를 자르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화가 vs 화가>는 반 고흐와 폴 고갱의 ‘고독’에 초점을 맞춘다. 둘은 ‘고독’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으면서도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을 택한다. 소심한 고흐가 사랑에 목말라하며 평생을 고독에 몸부림치다가 미치광이처럼 살아갔다면, 냉정하고 안하무인격인 고갱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며 스스로를 고독으로 감싸게 된다.

화폭에 담는 표현법도 달랐다. 고흐는 풍경을 그리기 위해선 그 풍경을 직접 관찰한 뒤 화폭에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고갱은 캔버스에는 작가의 상상을 통해 이루어낸 완전한 모습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두 사람의 상반된 예술관은 고갱이 그린 <해바라기를 그리는 반 고흐>를 보는 관점에서도 드러난다. 고흐가 자신의 대표작 <해바라기>를 그리고 있는 모습을 고갱이 옆에서 관찰하며 그린 이 작품은 고갱의 독특한 표현법이 그대로 농축돼 있다. 고갱의 그림에서 고흐는 ‘그림’이 아니라 실제 ‘해바라기’를 그리고 있어, 식견이 없으면 미치광이가 해바라기에 물감을 묻히고 있는 그림으로 보인다.

고흐는 이 그림 때문에 심하게 분개한다. 며칠 뒤 고흐는 칼을 들고 호텔에 묵고 있던 고갱을 찾아가 그를 위협하다가 결국 자신의 귀를 잘라버린다. 고흐가 왜 칼을 들고 고갱을 찾아갔는지 정확한 이유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고갱이 그린 그림 속 자신의 귀가 실제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귀를 잘랐다는 말도 있지만, 저자는 조금 다른 견해를 내놓는다.

“어쩌면 자신의 예술 세계를 이해하려 하지 않은 고갱이 미워서였을 수도 있고, 심혈을 기울인 공동체에 대한 꿈에 고갱이 무관심한 태도를 보여 더욱 소외감을 느낀 탓일 수도 있다.”

고흐는 외로움을 많이 탔다. 그는 동생이 소개해 준 고갱이 자신과 공동체를 이뤄 함께 작품생활을 하기를 간절히 원했다. 사실 그는 공동체보다 친구가 주는 ‘따뜻함’을 원했다. 하루하루가 사무치도록 외로웠던 것이다. 고갱은 고흐가 내민 손을 선뜻 잡아주기는 했지만, 처음부터 오래 머물 생각이 없었다. 야심이 많고 자기중심적인 고갱은 정성껏 자신을 대접하는 고흐를 외면하고 만다.

<명화 속 비밀이야기>의 저자도 고흐가 귀를 자른 이유를 조심스럽게 내놓는다.

“친구 고갱이 싸운 뒤 그를 떠났기 때문에, 그의 정신병이 도져서, 혹은 그가 술집에서 시비가 붙은 끝에 충동적으로 잘랐다는 이야기들이 있다. 최근에는 그가 동생 테오의 약혼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은 나머지 그랬다는 설도 있다.”

테오는 유약한 심성의 고흐를 이해한 유일한 사람이었다. 고흐는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테오를 많이 의지했기 때문에 동생의 약혼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고갱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해 보인다. 저자에 따르면 네덜란드 반 고흐 미술관의 공식 오디오 가이드도 고흐가 고갱과 싸우고 나서 절망한 나머지 귀를 잘랐다고 설명한다.

그 후, 잘 알다시피 고흐는 자화상을 그린다. 이 그림에서 고흐는 귀에 붕대를 감은 채 만성이 된 우울과 절망을 토해낸다. 관람객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고흐의 눈에는 꽁꽁 여민 슬픔의 편린들이 울음처럼 깃들어 있다.

자화상 속 고흐는 더없이 슬퍼 보인다. 결국 슬픔은 고흐를 삼킨다.

고흐는 하숙집 주인에게 까마귀를 쏜다고 빌린 권총으로 자신 안의 까마귀를 겨눈다. 다행히 탄알은 심장을 비껴갔지만 적출은 불가능했다.

고흐는 어떻게든 자신을 살려내겠다고 말하는 테오에게 나직이 읊조린다.

“그게 무슨 소용이냐. 삶은 슬픔의 연속인데…”

저자는 자화상 속 고흐의 눈을 보며 되묻는다.

“고흐, 당신의 삶에서 그림을 뺀다면 과연 무엇이 남았을까요?”

화가 vs 화가                                
허나영 지음 / 은행나무 펴냄

명화 속 비밀이야기
강지연 지음 / 신인문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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