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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훈 목사’ 하차 ‘한기총’
교단장 통합논의서 제외돼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

‘한교총-한교연’ 통합합의
새 기관명, 가칭 ‘한기연’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한국교회 보수진영 교단들의 연합활동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한국교회 주요 교단장을 중심으로 설립이 추진되고 있는 가칭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과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이 통합하기로 합의했다. 한교총을 대표해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장인 이성희 목사가, 한교연에서는 대표회장 정서영 목사가 합의서에 서명했다.

이들은 한교연의 모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이 분열되기 이전의 정관인 7.7정관을 기본으로 하기로 했다. 통합 후 기관의 법인은 한교연의 법인을 사용하기로 하되 명칭은 가칭 한국기독교연합회(한기연)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통합기관의 대표는 1000개 교회 이상 교단장으로 구성된 회장단을 구성해 향후 5년 동안 추대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현재 내홍을 겪고 있는 한기총과는 한기총이 정상화되면 통합을 추진할 방침이다.

◆한기총, 사회법 소송전에 너덜

이번 통합합의와 관련해 한국교회교단장회의는 다음 날인 13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서초구 쉐라톤팔레스호텔에서 곧바로 추가 모임을 갖고 논의를 진행했다.

한국교회 주요 교단장들은 그간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를 주축으로 이 목사가 대표회장으로 있던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논의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이영훈 목사가 대표회장직을 정지당하면서 더 이상 진행해나가지 못하고 답보상태에 빠지자 다른 출구를 찾아왔다.

이영훈 목사는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에 함께 후보로 출마한 김노아(구 김풍일) 목사 측이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해 지난 4월 법원으로부터 한기총 대표회장 직무정지를 당했고, 다음 달인 5월 4일 성명을 내고 대표회장직 사의를 표명했다. 이영훈 목사의 한기총 대표회장 사임 의사 표명 후 김노아 목사 측은 이 목사가 대표회장으로 선출될 수 있도록 도왔다고 주장하며 한기총 임원 75명 전원을 상대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이영훈 목사는 사의를 표명한 후 곧바로 사의서를 제출하지 않고 지난달 말 제출하면서 시간을 지연시켰다. 이 목사가 사의서를 제출한 후 한기총이 성명을 통해 새 대표회장을 뽑을 수 있는 임시총회를 열고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한다고 밝힌 점을 볼 때 이 목사의 사의서 제출 여부가 한기총의 새 대표회장 선거 시기에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교계로부터 외면당하는 한기총

이영훈 목사가 빠진 한기총은 한국교회 교단장들의 통합논의 대상에서 잠정적으로 제외되는 분위기다. 이 목사의 사의서 제출 이후 한국교회의 교단장들의 시선은 ‘한기총-한교연’에서 ‘한교연’으로 향했다. 그리고 교단장들의 한교총 창립을 반대해온 한교연과 도리어 ‘통합’이란 수를 놓으면 매머드급 교단연합기구를 만드는 모양새다.

한교연은 한기총의 내홍이 장기화하자 그사이 영향력을 넓히고 있었다. 2012년 한기총과 한교연 분열 이후 정부 인사들의 한국교회 보수진영을 향한 발길은 양분됐고, 양측 모두 정통성을 주장했지만 대표성을 갖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한기총이 법적 소송전으로 대표회장 직무 정지라는 타격을 맞고, 대행체제에서 임원진까지 집단소송에 휘말려 대외활동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가 되자 평행 구도가 바뀐 것이다. 단편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지난 7일 문체부 도종환 장관의 부임인사 행보다. 도 장관은 한교연 정서영 대표회장을 내방하고 한기총은 내방하지 않았다.

또 한교연의 입장 선회도 눈여겨볼만하다. 한교연은 그동안 교단장들의 연합기구인 한교총 출범을 놓고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교계 내 제4의 기구가 탄생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한교연은 앞서 성명을 통해 “본회(한교연)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간의 통합작업이 상대측의 대표회장 직무정지 사태로 인해 잠정 중단된 상황에서 또다시 제4의 단체를 공식 출범시키겠다는 시도는 한국교회의 통합을 저해하는 매우 위험하고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한교연은 이번 통합 결의로 그동안 반대해왔던 한교총 출범을 막았고, 주요 교단장들은 한교연과 통합을 이룸으로써 1차적 통합 과제를 수행한 셈이 된다. 게다가 법인을 갖추지 못해 그동안 대외적인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웠던 가칭 한교총은 한교연 법인을 사용함으로써 한교연과 함께 공식적인 목소리를 내기가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교연이 한교총과 통합해 한기연이 된다고 해서 한국교회가 당장 통합을 이루는 것은 아니다. 통합 이후에도 교단연합기구는 보수진영에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는 한기연과 한기총, 진보진영은 NCCK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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