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경산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에서 직원이 5만원권을 검수하고 있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마땅한 투자처 찾지 못한 영향
50~60대 현금 보유 가장 많아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우리나라 가계가 보유한 현금이 빠르게 늘면서 사상 첫 70조원을 넘어섰다. 3일 한국은행 자금순환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가계 및 가계에 봉사하는 비영리단체(가계)가 보유한 금융자산 3444조 4173억원 가운데 현금은 70조 2001억원으로 집계됐다.

분기 기준으로는 지난해 말보다 1조 9387억원(2.8%) 늘었고 작년 3월 말보다 9조 5724억원(15.8%) 급증했다.

연간 증가액은 2012년 2조 4343억원에서 2013년 6조 4116억원으로 뛰었고 2014년 8조 2431억원, 2015년 10조 7433억원으로 확대됐다. 작년 증가액도 9조 8392억원을 기록했다.

가계 금융자산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지만, 눈여겨 볼 것은 증가율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지난해 현금 증가율은 16.8%로 금융자산 평균 증가율(6.5%)의 2.6배나 되고 올해 1분기에도 현금 증가율(2.8%)이 금융자산 증가율(1.6%)을 훨씬 웃돌았다.

신용카드, 온라인 쇼핑 등의 확산으로 현금 결제의 필요성이 줄어드는 추세에서도 가계가 현금을 늘리는 현상에 대해 저금리 상황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탓에 현금을 그냥 가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한은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인 연 1.25%까지 떨어지면서 예금으로 높은 이자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점도 그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

지난 3월 말 가계의 채권 자산은 158조 3280억원으로 석 달 사이 6조 298억원(3.7%) 줄었다. 작년 3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감소세다. 가계가 보유한 지분증권(주식) 및 투자펀드의 경우 올해 1분기 19조 279억원(3.0%) 늘었다. 이는 기업 이익 개선 등으로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행진을 하면서 주식시장에 활기가 돌았기 때문이다.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가 현금 증가의 구조적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은이 작년 3월 발표한 ‘2015년도 경제주체별 화폐사용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50대와 60대 이상 연령층이 현금을 많이 보유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은 관계자는 “가구의 연령대가 높을수록 현금 보유 규모가 크다”며 “앞으로 고령화 진전이 화폐 수요의 증가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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