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한국마사회에서 레클리스의 일대기를 그린 뮤지컬 ‘영웅 레클리스’의 공연 장면 (제공: 한국마사회) ⓒ천지일보(뉴스천지)

무모할 만큼 용감해 ‘레클리스’로
유일하게 네 발 달린 해병대 장병
美라이프지 세계 100대 영웅 선정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우리나라 해병을 비롯해 미국인들이 반세기 이상이나 추모를 보내고 있는 전쟁영웅의 주인공이 있다. 그는 놀랍게도 사람이 아닌 한국 경주마 ‘아침해(레클리스)’다.

‘아침해’는 1997년 미국 라이프지 특집호에서 링컨 대통령, 테레사 수녀 등과 함께 세계 100대 영웅으로 선정되기도 할 정도로 6.25전쟁 당시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일반인에게 다소 잘 알려지지 않은 그는 대체 어떤 존재였을까.

지난 25일은 민족상잔의 6·25전쟁이 발발한 지 67년이 되는 날이었다. 북한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은 1953년 7월 판문점에서 휴전이 조인되기까지 3년 1개월 동안이나 한반도 전역에 비극을 낳았다. 전국토가 폐허가 됐으며 인명피해도 막대했다. 한국군을 포함해 18만명에 달하는 유엔군이 전장에서 산화했다. 정부가 1956년 현충일을 지정하고 매년 추모행사를 펼치는 것도 이들 호국영령의 위훈을 기릴 목적에서다.

국방군사연구소(한국전쟁 피해 통계집)에 따르면 6.25전쟁 당시 유엔(UN)군 총 사망자는 5만 7933명이다. 그중 93.6%(5만 4246명)가 속한 미국도 이국땅에서 장렬히 전사한 영령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그런데 그중에는 사람이 아닌, 말(馬)도 포함돼 있는데 그가 바로 ‘아침해’ 혹은 ‘레클리스’다.

‘아침해’는 6.25전쟁이 나기 전까지 신설동 경마장에서 활동했던 경주마에 불과했다. 그러나 ‘아침해’는 전쟁 이후 미국 해병 에릭 페더슨 중위를 통해 군마로 활동하면서 전장에 많은 포탄과 탄약을 날랐다. 말은 보통 큰 눈으로 350도를 탐지하고, 서서 잠에 들 정도로 겁이 많은 동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아침해’는 군인들도 겁에 질린 아수라장에서 종횡무진 활약했고 부대원들은 그런 ‘아침해’를 ‘레클리스(RECKLESS)’라 불렀다. 무모할 정도로 용감하다는 뜻에서다.

특히 1953년 중공군에 승리한 ‘네바다 전투(연천전투)’에서는 보급기지와 최전방을 386회나 오가며 수백톤의 탄약을 옮겼다. 부상자를 태우고 내려오자마자 포탄을 싣고 산을 타는 모습, 눈과 다리에 총상을 입고도 임무를 완수하는 용맹함 덕분에 전우들의 사랑도 뜨거웠다.

이런 공을 인정받아 휴전이 된 후 레틀리스는 병장 계급을 부여받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유일하게 네 발 달린 해병대 장병이었던 셈이다. 전쟁영웅에 대한 미국의 예우는 이후에도 극진했다. 캘리포니아주 해병 1사단에서 하사 부사관까지 진급한 레클리스는 1960년 성대한 전역식까지 치르며 은퇴했다. 미국 상이용사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영예 ‘퍼플하트훈장’을 비롯해 미국 대통령 표창장, 유엔 종군기장 등 수많은 훈장과 상을 수여받았다.

이뿐만 아니라 2013년에는 미국에서 추모기념관도 설립됐다. 한국전쟁 발발 60주년 행사의 일환으로 미국 국방부가 진행했으며 버지니아 관티코 해병대본부에서 기념관 헌정식을 가졌다.

이같이 미국에서는 레클리스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반면, 국내는 잘 모르는 국민들이 다소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최근 몇 년 전부터 국내에서도 점점 레클리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달려라! 아침해’라는 동화책이 출판되기도 했으며, 경기도 연천군은 지난해 백학면 두일리 일원에 레클리스 공원을 조성했다. 국내유일의 경마시행체인 한국마사회는 2014년 6월 한국의 말 문화를 빛낸 위대한 영웅으로 레클리스를 선정하고 매년 그 업적을 기리고 있다.

특히 마사회는 2015년부터 레클리스의 일대기를 각색한 이색 뮤지컬 ‘영웅 레클리스’를 진행해 수천명의 관람객들에게 재미와 감동, 볼거리를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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