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에서 국민인수위원회의 광화문1번가 특별 프로그램인 ‘국민마이크’가 진행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다양한 연령·계층의 33명, 정책 제안
부양의무제·빈곤·인권문제 등 쏟아져
오는 25일 마지막 ‘국민마이크’ 진행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문재인 정부의 국민과의 광화문 광장 소통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새 정부의 국민인수위원회가 광화문에서 개최하는 ‘광화문1번가’ 특별 프로그램 ‘국민마이크’가 17일 4회째 열렸다.

이날 현장에 준비된 의자에 빈자리가 없을 만큼 많은 시민의 관심 속에 정부와 국민의 소통 시간이 진행됐다. 정부에 정책을 제안하고자 하는 시민은 누구나 ‘국민마이크’가 마련된 현장에서 신청서 작성 후 3분간 발언할 수 있다. 모든 제안과 발언은 영상이나 음성으로 촬영·녹음되어 국민인수위원회가 검토 후 국정에 반영된다.

‘모두가 차별 없이 평등하고 행복한 나라를 위한 국민 제안’이란 주제로 열린 이날 ‘국민마이크’는 33명의 다양한 연령과 계층의 국민인수위원이 앞에 나와 마이크를 잡고 발언했다. 부양의무제, 비정규직, 빈곤, 강제개종교육 문제 등 다양한 제안과 발언이 쏟아졌다.

▲ 임차상인들이 17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1번가에서 열린 ‘국민마이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대한민국에서 평범하게 장사하던 임차상인이라고 소개한 김유안씨는 환산보증금 기준 폐지를 촉구했다. 

김씨는 “건물 임대료 법에서는 9%로만 올릴 수 있게 돼 있지만, 실상은 모든 게 건물주 마음대로”라며 “9% 보호 규정 환산보증금이라는 사람들이 알기 어려운 기준으로 기준을 초과한 상인은 월세에 대한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영세 상인을 보호한다는 의미로 만들었지만, 오히려 영세 상인을 내모는 기준으로 쓰이고 있다”며 “모든 상인이 보편적으로 상가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환산보증금 기준을 꼭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 여학생이 17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1번가에서 열린 ‘국민마이크’에서 건전한 미디어 문화환경을 조성해줄 것을 제안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대한민국의 평범한 여고생이라고 소개한 한 여학생은 건전한 미디어 문화환경을 조성해줄 것을 제안했다.

그는 “인터넷에 음란한 광고들이 폭주하고 있다”면서 “‘비아그라’ ‘벌떡주’ ‘30대녀 밤마다 흥분’ 등 너무 기가 막힌다. 인터넷을 타고 가다 보면 이런 것들이 더 극렬해진다”고 말했다.

이 여고생은 “청소년들이 많이 사용하는 페이스북의 문제도 심각하다”며 “페북은 친구들과 소통하기 위한 곳인데 하루가 멀다고 음란한 영상이 올라오니 볼 때마다 짜증이 난다. 건전하고 깨끗한 미디어 문화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달라”고 강조했다.

▲ 신다혜씨가 17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1번가에서 열린 ‘국민마이크’에서 강제개종교육의 실태를 알리고 개종목사의 수사를 제안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서울에 거주하는 20대 여성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신다혜씨는 강제개종교육의 실태를 고발하고 개종 목사의 수사를 제안했다.

신씨는 “부모님과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기독교인인 부모님에 의해 감금과 폭행을 당했고 감금된 채로 목사에 의해 개종을 강요당하는 교육을 받았다”면서 “이 모든 것이 기독교 목사의 돈벌이 수법이며 가정파괴요 인권 유린”이라고 밝혔다.

신씨는 수면제를 먹이고, 핸드폰을 빼앗으며 손발을 결박해 원룸에 감금하는 등 개종교육이 이뤄지는 방법을 8가지 항목으로 설명했다.

그는 “목사들이 자기 지위를 이용해 이와 같은 악랄한 범죄를 행하고 있는데 경찰들마저 종교문제, 가족 문제라며 외면하고 있다”며 “사회를 멍들게 하는 범죄 집단 개종 목사와 개종상담소를 엄히 처벌해 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신씨는 이날 광화문역 인근에서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와 함께 강제개종교육 철폐 및 개종목사 구속 규탄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 거제 대우조선해양에서 근무하는 신승훈씨가 17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1번가에서 열린 ‘국민마이크’에서 국민의 관심과 애정으로 대우조선의 적폐를 청산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거제 대우조선해양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라고 소개한 신승훈씨는 국민의 관심과 애정으로 대우조선의 적폐를 청산해달라고 호소했다.

신씨는 “이명박·박근혜 집권 9년간 대우조선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 그 기간 재임했던 사장이 모두 구속됐고 수많은 사람이 검찰과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며 “그 결과 회사는 멍들어가고 있고 작년 한 해만 1만여명의 노동자가 일터를 떠났다”고 외쳤다.

신씨는 “조선소 노동자는 대한민국 사업장에서 힘든 사업장이다. 힘든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고통과 눈물을 닦아 달라”며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대우조선이 대한민국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정당한 땀의 대가를 받는 산업현장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강조했다.

▲ 정성철씨가 17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1번가에서 열린 ‘국민마이크’에서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빈곤사회연대에서 일하는 정성철씨는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할 것을 제안했다.

정씨는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기준을 둠으로써 굉장히 큰 사각지대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가족이 있고 그 가족이 어느 정도 소득을 벌고 재산이 있을 경우 수급비를 삭감하거나 수급에서 탈락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부양의무제를 완전히 폐지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취약계층에 대해서 우선 폐지하겠다는 이야기가 복지부에서 나오고 있다”며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하는데 사회적 합의라는 게 말뿐인 껍데기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국민인수위원회는 오는 25일 ‘국민이 주인되는 나라’라는 주제로 마지막 ‘국민마이크’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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