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햄릿’ 스틸. (제공: ㈜더길)

11년 만에 ‘젊음’이라는 무기 들고 돌아와
랩과 춤 삽입해 젊은 관객에 쉽게 다가가
‘햄릿’ 역 이지훈·신우·서은광·캔 맡아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고전 햄릿은 몰라도 이 대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5막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은 다양한 콘텐츠로 각색돼 4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연극계의 고전과 아이돌이 만나 젊은 감각의 새로운 뮤지컬 ‘햄릿’이 탄생했다. 체코 라이선스 뮤지컬 버전인 뮤지컬 ‘햄릿’은 원작의 깊이와 젊은 감각이 만나 유쾌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내용을 굳이 말하자면 이렇다. ‘햄릿’은 왕인 아버지가 죽은 뒤 삼촌인 ‘클라우디우스’와 결혼하는 어머니 ‘거투르트’ 왕비에게 크게 실망한다. 이후 ‘클라우디우스’가 자신을 죽였다고 말하는 아버지의 환상을 보고 복수에 눈이 멀어 미친척한다.

아버지의 죽음을 의심하기 시작한 ‘햄릿’은 유랑극단을 시켜 아버지의 죽음을 암시한 장면을 왕이 된 ‘클라우디우스’ 앞에서 공연한다. ‘클라우디우스’는 자신에게 대적하는 ‘햄릿’을 살해할 음모를 꾸민다.

▲ 뮤지컬 ‘햄릿’ 스틸. (제공: ㈜더길)

‘거투르트’를 만나러 간 ‘햄릿’은 연인 ‘오필리어’의 아버지 ‘폴로니우스’를 실수로 칼로 찔러 죽인다. 변해버린 ‘햄릿’과 죽은 아버지를 보고 충격 받은 ‘오필리어’는 실성해 자살하고 만다. 이 소식을 접한 ‘오필리어’의 오빠 ‘레어티스’는 ‘클라우디우스’와 함께 ‘햄릿’을 없앨 계획을 세워 죽음의 결투를 벌인다.

프라하(체코)와 브라티슬로바(슬로바키아)의 무대에 6년간 꾸준히 오르며, ‘최고의 롱런 히트 작품’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이 작품은 2003년 미국 진출 성공해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갖춘 작품으로 인정받았다고 주최 측은 설명했다.

사실 영화, 책, 공연으로 수백차례 각색된 햄릿을 다시 각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이야기를 어떤 전개와 넘버로 신선하게 관객에게 다가가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2011년 재연 이후 6년 만에 다시 한국 무대에 오른 뮤지컬 ‘햄릿’의 강력한 한방은 젊음이다. 출연진들의 연령층이 전체적으로 낮아졌으며, 넘버에 힙합이 포함되면서 배우들은 춤과 랩, 비보잉 등을 젊은이들을 겨냥한 볼거리를 선보인다. 햄릿의 친구 ‘로젠크란츠’와 ‘길덴스턴’은 랩을 하며 등장해 신선한 충격을 준다.

이러한 변화는 햄릿이라는 따분하고, 어렵고, 고차원적인 철학이 담긴 고전이 젊은 관객에게도 한층 쉽고 친근하게 다가간다. 130분의 러닝타임에서 빠른 속도로 전개를 이어가 지루할 틈이 없다. 고전이라는 옷을 입고 있지만 현대극 같다.

실제로 주최 측에 따르면 셰익스피어의 고전 햄릿에 대한 관심은 학교 단체 관람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주최 측은 “전 세계 청소년 필독 도서인 만큼, 뮤지컬 무대에 대한 학교 그리고 관계자들의 문의전화와 관람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아버지를 죽인 원수인 삼촌, 그와 결혼한 어머니, 복수하는 아들의 이야기는 팩트만 놓고 보면 막장이 따로 없다. 뮤지컬 ‘햄릿’은 이해하기 어려웠던 인물 간 관계를 도덕적으로 풀어냈다. ‘햄릿’이 비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고뇌하며 옳지 못한 선택을 한 것, ‘커투르트’가 ‘클라우디우스’와 결혼해야만 했던 이유, 레이티스가 서서히 분노하는 모습 등이 솔직하게 드러난다. 관객은 “그래. 넌 그럴 수 있어”라며 작품 속에 몰입된다.

▲ 뮤지컬 ‘햄릿’ 스틸. (제공: ㈜더길)

모든 배우가 한번쯤 꼭 연기 해보고 싶은 배역인 ‘햄릿’은 이지훈과 신우(B1A4), 서은광(BTOB), 켄(VIXX) 등이 맡아 각기 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이외에도 이정화, 최서연, 민영기, 김준현, 전수미, 안유진, 에녹, 김승대, 이상준, 백기범, 김유나 등이 출연해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새로운 시도이기에 큰 점수를 주고 싶지만 노래로 대사를 전달하는 뮤지컬 장르에서 정확하지 못한 발음의 랩은 전달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아쉬웠다. 또 작품 특성상 내용을 축약해 전달하지만 ‘햄릿’이 아버지의 죽음 뒤 충격을 받아 미쳐버리는 부분은 개연성이 부족해 햄릿이 정말로 미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 아울러 햄릿을 처음 접한 관객이라면 너무 가볍게 받아드리지 않을까 걱정된다.

뮤지컬 ‘햄릿’은 7월 23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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