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일 이길환 나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장이 나주시 금성관길에 위치한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본지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도시재생의 가치는 주민의 행복이 우선”

“나주원도심, 옛 모습 서서히 회복할 것”

방치된 유휴공간 활용… 역사문화자원 연계 극대화

사매기길(사마교)·금성관길 특화 거리로 재탄생

[천지일보 나주=이진욱 기자] 전남나주빛가람혁신도시 조성이 발 빠르게 진행돼 차츰 안정화에 접어들고 있다. 반면 나주 금성관을 중심으로 한 읍성권 원도심 공동화현상은 날로 심화하고 있다.

2015년 12월 말 국토부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된 ‘나주읍성지구도시재생활성화사업’이 화려했던 나주원도심의 옛 명성을 회복할지 기대를 모으는 가운데 2년이 지난 현재, 사업이 어떻게 어느 정도 추진됐는지 더욱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에 기자는 지난 1일 이길환 나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장을 만나 그간의 진행상황과 앞으로 핵심 사업계획 등을 들어봤다.

앞서 이길환 센터장은 “도시재생은 남의 일이 아니고, 남들을 위해서 보기 좋으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며 “바로 주민 자신을 위해 하는 것이고 주민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을 찾아내는 것이 도시재생의 참된 목적”이라고 도시재생의 가치를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도시재생은 관광객 유치를 위한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적인 측면(양적)보다는 보이진 않지만 주민의 삶의 질과 행복감을 높일 수 있는 공동체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과 같은 소프트웨어적 측면(질적)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주읍성지구 원도심도시재생사업으로 단기간에 원도심이 달라지진 않겠지만 도시가 서서히 옛 모습으로 회복·재생된 것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5년 뒤 나주원도심이 획기적인 관광거점도시로 변할 것으로 기대했던 기자에게 "도시재생을 도시개발과 혼동해선 안 되며 경제 논리로만 바라봐선 안 된다"며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그는 도시재생의 근본 가치와 더불어 하드웨어적인 측면 역시 중요하다고 했다. 나주읍성 도시재생활성화계획에 따르면 ‘나주읍성 살아있는 박물관도시 만들기’ 사업은 향후 5년간 나주읍성코아센터 사업, 금성관길 관문부 야간경관 조성, 사매기천 실개천 및 사마교 재현 사업 등이 주요사업으로 펼쳐질 계획이다.

이 중 그는 특히 사매기길(서성문에서 금성관으로 이어지는 길)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었다. 이 센터장은 “예전에 이곳에 실개천이 흐르고 네 마리의 말이 끄는 고려 현종의 마차가 건넜던 사마교가 있었는데 이를 재현시켜 달라는 주민의 의견이 많다”며 “이를 잘 복원해서 옛 정서를 찾아드리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면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또한 “나주의 풍부한 역사문화 자원을 최대한 연계하여 스토리텔링화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특히 주민들의 삶의 공간에 펼쳐있는 흙 돌담을 특화한 옛 골목길의 추억을 재현하여 생활문화를 엿볼 수 있도록 조성할 예정이다”며 주민들의 생활공간 개선은 물론 고샅길 문화 탐방로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심상가 활성화를 위한 계획도 설명했다. 침체된 상가를 살리기 위해 상가 파사드 집단경관을 조성하고 빈 점포는 신탁산업을 추진해 입점자를 확보하며, 전통명가를 발굴하는 한편 이를 확산하는 인증제를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우려의 목소리도 냈다. “상권이 활성화되려면 우선은 임대료가 저렴해야 하는데 너무 비싸다”며 “도시재생 포함 지역의 건물주가 외지인인 경우가 많고 빈 점포는 물론 빈 집도 소유주가 살지 않은 채 팔지는 않고 가격만 오르기만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 센터장은 올해는 사업이 시작되는 원년이라 아직은 설계용역 사업이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했다. 하지만 나주 원도심을 살리기 위한 그동안의 나주시 노력도 많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우선 문화재복원사업(동시 추진 사업)으로 읍성권은 북망문을 제외한 남고문, 서성문등 읍성의 3개 관문 복원이 완성된 상태다. 도시재생사업도 덩달아 활기를 더하고 있다. 이미 원도심에는 지난해 마을미술공모사업으로 선정된 총 23점의 작품이 들어서 있다. 대표적으로 곰탕의 거리에 조성된 ‘사색의 둥지’는 그랜드 피아노 선율로 관람객의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작년에 시행한 주민제안공모사업에서 ‘서문쉼터(손바닥공원)조성사업’을 사례로 들며, “이 쉼터는 버려지고 잊혀 있던 서성문 주변의 자투리 공간을 주민들 스스로 찾아내고 이웃을 설득하고 참여를 이끌어 의견도 모으고 자비로 선진지도 다녀오며 만들어 낸 곳”이라며 “사업에 든 비용은 500만원에 불과하지만 이웃들이 손수 쉼터를 만들면서 간식도 먹으며 정이 두터워지게 됐다”고 말했다.

또 “향후 실개천 재현사업에 부정적이었던 주민들을 이해시켜 적극 참여시키는 계기를 만들게 됐다”며 “이처럼 지역의 문제를 주민들이 찾아내고 합의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에 도시재생을 실현해 나아가는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가장 힘든 점을 묻자 “원도심은 노인들이 많이 사는 곳이고 도시재생을 위한 수시활동은 자칫 그들에겐 부담일 수 있다” 며 “사업 추진이 단기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닌 만큼 지속한 교육(도시재생대학, 선진지견학 등)과 주민협의체나 상가단체 등을 대상으로 하는 수시모임에 주민들이 점점 지쳐가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나주천에 대한 깊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나주천은 읍성 내부를 가로 흐르는 중요한 생활경관 소하천이지만 보행과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보호시설도 없다”며 “좁은 양안 도로는 언제든 사고의 위험성을 안고 있는데, 일제 강점기에 축조된 축대의 원형 보존 논리에 가로막혀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4기 도시재생에 또다시 기대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주민을 참여시키고 의식을 깨워 이 사업에 동참케 해야 한다”며 “그것이 당장은 힘들더라도 나주 원도심을 살리고 더 나아가 ‘나주다움’을 살리는 길이다”고 말했다.

그는 나주 주민에게 “나주의 옛 모습을 되살려 어르신들이 남은 생애동안 소중한 추억을 나누고 그 추억의 흔적들을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야말로 가치 있는 일”이라며 “주민 여러분이 개인의 이익보다는 후손에게 물려준다는 마음으로 손을 맞잡고 서로를 이해하며 양보하면서 나주도시재생을 함께 성공적으로 이뤄가면 좋겠다”고 협력을 당부했다.

이길환 나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장은 시각·산업 디자인을 전공했으며 충북 영동출신으로 충북보건과학대학 교수를 역임했다. 얼마전 국가도시재생선도사업 경제기반형을 청주연초제조창에 유치시킨 주역으로 전국도시재생 관련 전문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국토부에서 위촉한 사업총괄코디네이터이기도 한 그는 지난해 국토부에서 주최한 전국주민참여경진대회에서 나주시 나주읍성따따부따팀을 대상으로 이끌며 중앙부처의 관심을 끌어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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