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8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호전도 악화도 아닌 상태 유지
20층 VIP 병실서 3년째 치료

이 회장 와병 이후 시련 연속
이재용 부회장 ‘첫 총수 구속’

미전실 해체로 삼성 각자도생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 백지화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이건희(75) 삼성전자 회장이 오는 11일이면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한 지 만 3년째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없는 지난 3년간 고통의 긴 터널을 통과했고 지금도 그 과정 속에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14년 5월 10일 서울 이태원동 자택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인근 순천향대학 서울병원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CPR)을 받았다. 이 회장은 다음 날 새벽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져 막힌 심혈관을 넓혀주는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았다.

이후 그는 심폐기능이 회복돼 9일 만에 중환자실에서 삼성서울병원 20층 VIP 병실로 옮겨져 3년째 치료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의 병세는 3년이 지났지만 호전되지도 악화되지도 않는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회장의 와병에 따른 경영 공백 장기화 속에 삼성의 가는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삼성은 올해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과 미래전략실 해체, 지주사 전환 포기 등의 굵직한 악재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회장의 와병 이후 첫 번째로 찾아온 삼성의 시련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파동이었다. 이건희 회장이 입원한 이후 실질적으로 삼성그룹을 지휘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은 2015년 6월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사태의 진원지로 지목된 데 대해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하며 머리 숙여 사과했다.

삼성은 곧바로 그해 7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해 큰 위기에 직면했다. 당시 엘리엇은 지속적으로 합병반대 의견을 표출하고, 법원에 주총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법적 소송을 포함해 삼성을 상대로 한 전면적 파상공세를 펼쳤다.

결국 그해 7월 17일 열린 삼성물산 주주통회에서 제1호 의안인 제일모직과의 합병계약서 승인의 건이 찬성률 69.53%로 가결되면서 삼성은 가까스로 좌초할 위기를 벗어났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위기는 다시 찾아왔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이 잇따른 발화사고로 단종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 갤럭시노트7은 역대 최고 스마트폰이라는 찬사가 쏟아졌지만 예상치 못한 발화 사고로 단명한 불운의 스마트폰으로 기록됐다. 삼성전자는 올해 1월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이 배터리 자체 결함이었다고 최종 발표했다.

올해 2월 17일에는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삼성그룹 총수 중 처음으로 법정 구속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직원에 대한 재판은 현재 10차 공판까지 진행됐다. 재판은 오는 10일 재개돼 주 3회로 열릴 예정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여파로 그룹 컨트롤타워이던 미래전략실이 해체됐다. 미래전략실의 해체로 삼성은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3대 계열사를 중심으로 하는 계열사 각자도생 체제로 전환됐다.

미래전략실의 주도 하에 매년 상·하반기 진행하던 대졸 신입사원 채용 시험도 지난달 16일 끝났다. 오는 하반기부터 삼성 계열사는 각사 인력 현황에 따라 신입사원을 뽑게 된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 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 작업도 전면 백지화됐다. 지주회사 전환 계획이 무산되면서 이 부회장이 지분을 기반으로 삼성전자 지배구조의 정점에 설 수 있는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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