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천지일보(뉴스천지)DB

‘블랙리스트’ 8차 공판서 증언
김종덕 前장관 증언과 배치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정진철(62)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이 김기춘(77) 전 비서실장 지시로 문화체육관광부 고위 공무원들의 사직을 강요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는 김 전 실장이 정 수석을 통해 문체부 공무원 사표를 요구했다는 김종덕(60) 전 문체부 장관 진술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정 수석은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전 실장, 조윤선(51) 전 문체부 장관의 이른바 ‘블랙리스트’ 8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김 전 실장의 변호인의 “김종덕 당시 문체부 장관에게 1급 실장들의 사표를 받아내라고 요구한 것이 사실인가”라는 질문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정 수석은 “김 전 실장이 다른 부처의 인사에 관여하지 않았고, 오히려 수석비서관들에게 ‘각 부처 인사에 관여하지 말라’고 여러 차례 주의를 줬다”고 덧붙였다.

정 수석의 이같은 증언은 김 전 장관과 김희범 전 문체부 1차관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조사받으며 진술한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특검이 “김 전 장관은 특검에서 정 수석이 문체부 1급 실장 6명의 사표를 받으라고 했다고 진술했다”고 추궁하자, 그는 “김 전 장관이 어떤 근거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그런 사실 없다”고 부인했다.

정 수석은 문체부에서 면직과 후속인사 관련 문건은 받았고 그대로 시행됐다고 진술했다. 정 수석은 “2014년 9월말께 3명의 면직과 3명을 채우는 인사안을 저희에게 협의했다”며 “공식적인 문건을 받은 것은 그게 처음이었다. 실무 단계에서 장관이 새로 와서 1급 공무원 인사를 하려고 하는 것 같다는 동향은 들었다”고 말했다. 인사수석실에서 문체부 1급 공무원 성분조사를 한 사실이 없냐는 특검의 지적에는 “없다”며 “수석실에 그런 기능은 부여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정 수석은 박근혜 정권 국정 기조였던 문화 융성을 달성하려고 ‘새 판’을 짜는 과정에서 문체부가 일부 1급 공무원에게 사직을 권고했을 뿐 청와대가 개입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 수석은 “당시 문체부는 장관이 한 달 이상 공석이었다가 김종덕 전 장관이 부임했고, 문화융성이 국정 기조의 중요 과제였기 때문에 제대로 추진하려고 1급을 교체하는 것으로 이해했다”며 “전체적으로 판을 새로 짠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가 각 부처의 인사를 좌우한 것처럼 표현돼 있어서 안타깝다”며 “부처 인사는 장관이 써 오는 대로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검증하고 흠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그대로 결정한다”고 말했다.

정 수석은 특검팀의 계속된 질문에 “기억이 안 난다” 또는 “기억이 안나므로 그런 일은 없었다”고 답했다. 거듭된 특검팀의 질문에 김 전 실장 변호인은 “기억이 안나는 사실을 거듭 묻고 있다”며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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